(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엘시티(LCT) 금품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엘시티 이영복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아 지인들과 돈 거래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수년 전 이 회장에게서 수표 여러 장으로 50억원을 받아 올해 7월 초 국내 뮤지컬 분야 대부이자 부산 문현금융단지 2단계 건설사업 시행사 대표인 S(57)씨에게 수표로 45억원을, 2014년 7월 사업을 하는 A(56)씨에게 수표로 5억원을 건넨 금융거래 정황을 확인했다.
현 전 수석의 지인인 A씨는 8일 참고인 신분으로 부산지검에 출석해 3번째 조사를 받았다.
그는 2014년 7월 현 전 수석에게 수표로 5억원을 빌렸다가 5개월 만에 이자까지 더해 갚았는데, 해당 수표가 엘시티 이 회장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돼 조사를 받은 것이다.
A씨는 8일 조사를 받다가 이 회장과 마주쳤다. 이 회장은 A씨에게 "왜 내 수표가 당신한테 가 있나?"라고 물었고, A씨는 "현 전 수석에게서 빌렸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발행한 수표를 현 전 수석이 A씨에게 빌려준 사실을 몰랐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과 지인들 간 돈거래를 주선했을 뿐"이라는 현 전 수석의 기존 입장과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검찰은 또 2014년 12월 A씨가 현 전 수석에게 상환한 5억5천만원(1억짜리 5장, 1천만원짜리 5장) 수표 중 상당 부분이 올해 7월 현 전 수석이 S씨에게 건네준 수표에 포함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수석이 S씨와 A씨에게 건넨 수표들이 발행 일자가 최소 1년 이상 지난 '헌 수표'이었던 점도 이례적이다.
거액의 헌 수표를 장기간 보관했다는 정황 자체가 해당 수표가 부정한 돈이라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검찰은 이런 정황과 사실들을 종합해 현 전 수석이 엘시티 사업에 여러 형태로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이 회장에게서 50억원을 여러 장의 수표로 받아 보관하다가 지인들과의 돈거래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전 수석은 8일 A씨와의 대질심문에서 "돈을 빌려준 기억이 없다"고 하는 등 지인들과의 거액 돈거래에 대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진술한다고 검찰은 전했다.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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