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사건' 피해자 고 강혜순씨 독일서 장례식..
교민들 "한국엔 50년 전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호이젠스탐(독일) | 글·사진 유희곤 기자 입력 2016.12.29 21:36 수정 2016.12.30 00:02
[경향신문] ㆍ
‘동백림 사건’ 피해자 고 강혜순씨, 교민들 애도 속 독일서 장례식
ㆍ남편과 함께 민주화운동 투신…“탄핵 못 보고 가신 것 안타까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을 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이 조금 바뀌지 않을까 희망과 기대감을 가져본다.”
28일(현지시간) 독일 호이젠스탐 시립묘지에서 만난 재독 작곡가 정일련씨(52)는 ‘동백림 사건’ 피해자인 어머니 강혜순씨(82) 장례식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강씨는 올 초 폐암을 선고받고 투병하다 지난달 별세했고 이날 가족·친지·동료 60여명의 배웅을 받고 영면했다.
‘동베를린’을 뜻하는 동백림 사건은 박정희 정권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이다. 1967년 7월 중앙정보부는 동백림에 있는 북한대사관을 왕래하면서 간첩활동을 하고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았다며 66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 중 41명을 기소했다.
당시 서독 프랑크푸르트대 연구원이던 정규명 박사(1929~2005)와 부인 강씨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됐다. 정 박사는 장인의 부탁을 받고 동베를린의 북한대사관을 통해 처남의 생사를 확인하고, 강씨와 함께 1965년 북한을 방문해 처남을 만나고 왔다. 방북을 이유로 이들은 2년 뒤 서울로 납치됐고 정 박사는 사형을, 강씨는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정 박사는 3년6개월을, 강씨는 1년여를 옥살이한 후 풀려나 1971년 함께 독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씨는 당시 남산 대공분실에 두 사람과 함께 있었다. 그의 나이 세 살 때 일이다. 이후 정 박사는 프랑크푸르트대학 등에서 연구활동을 하며 고국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에 헌신했고 1985년부터 강씨와 함께 두부공장을 운영했다.
동백림 사건 연루자들의 억울함은 40년 만에 어느 정도 해소됐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는 2006년 “실정법을 위반한 점은 인정되지만 사건이 확대 해석돼 무리하게 법이 적용됐다”고 발표했다. 박정희 정권이 6·8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동백림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점도 밝혔다. 정 박사는 진실위의 발표를 보지 못하고 2005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정씨는 “진실위 발표 내용을 언론에서 접했을 뿐 정부의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한때 생각했지만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고 쉽지 않은 일이라 포기했다”고 말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교민들은 고인이 고국에서 독재자의 딸이 탄핵심판을 받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대통령이 된 모습만 간직한 채 타계한 데 따른 아쉬움을 자주 언급했다. 파독 간호사 출신인 최영숙 한민족유럽연대 의장(72)은 “지난달 한국에서 매주 토요일 세 번에 걸쳐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면서 “추운 날 어린아이들까지 나와 정권을 규탄하는데도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박 대통령 때문에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10년째 독일에서 살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진희씨(30)는 “강 할머니가 고인이 되셨다는 얘기를 듣고 동백림 사건을 자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도 ‘은폐·조작’으로 많은 분들이 희생됐는데 5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호이젠스탐(독일) | 글·사진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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