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유라, "(주사 아줌마)누구인지 알 것 같다"..
현지 답변태도 분석, 사전 짜맞춘듯 증언
강진구 기자·강순원 통신원(덴마크 올보르) 입력 2017.01.03 07:37 수정 2017.01.03 15:00
덴마크 올보르 법원에서 잠시 휴정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정유라씨 사진=현지교민제공 |
이화여대 학점특혜, 삼성의 승마훈련지원, 외국환 관리법위반, 도피 조력자에 대한 질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지만 정씨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미 체포될 경우에 대비해 이미 상당히 치밀하게 답변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먼저 이화여대 학점 특혜의혹에 대해서는 “(2015년)학교에 입학하고 2016년 처음으로 (학점특혜로 구속된)류철균 교수하고 최경희 총장님을 학교에 가서 봤다”며 두 사람과 전혀 사전접촉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정씨는 “당시 엄마랑 학교에 같이 갔는데 나는 먼저 왔고 엄마만 학교에 남았다. 그리고 난 다음에 아예 몰랐는데 학점이 나왔다”며 학점 특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이미 구속된 최씨에 떠넘겼다.
정씨는 ‘독일에 오기 전 휴학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아이를 난지 두 달 만에 독일에 왔고 자퇴를 하려고 했다”며 “학교를 아예 안가서 담당교수님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독일에 올 때는 자퇴를 결심했기 때문에 편법으로 학점을 취득할 생각은 없었고 모든 과정은 어머니 최씨와 이대 교수 사이에 이뤄진 일이라는 것이다.
독일로 오기전 삼성그룹 차원의 치밀한 사전 승마훈련 지원계획이 있었다는 의혹은 개인적인 인연으로 답변을 풀어갔다. 정씨는 “삼성의 박원오 전무님이 내가 애기를 낳고 심경도 복잡하고 엄마가 남자친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자꾸 싸움만 하는 것을 보고 (권유를 해서)독일로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 전무님이 ‘머리도 식힐 겸 말타지 않을래’라고 해서 처음 여기 온 것인데 나중에 갑자가 박 전무님이 삼성에서 승마선수 6명을 뽑아서 말을 지원해준다고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만 19세 나이에 신용장을 발부받는 방식으로 KEB·하나은행 독일현지 법인으로부터 특혜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것은 확실하게 설명 드릴 수 있다”며 기다렸다는 듯 준비된 답변을 내놨다. 정씨는 “아버지랑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물려받은 아빠 몫 땅으로 담보를 잡았고 외환은행에서 2차례에 걸쳐 총 36만 유로의 대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내 땅을 담보로 1원 한장 다른 도움없이 그 대출만으로 독일의 집을 샀고 한국에서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며 외국환관리법은 전혀 문제가 될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정씨는 비덱의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비덱 재직증명서로 대출을 받은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말 덴마크를 은신처로 삼은 후 독일을 오고가며 도피행각을 벌인 의혹에 대해서는 말이 오락가락했다. 정씨는 언제 독일로 들어갔냐는 질문에 “2주전쯤 간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대략 2주전이면 지난달15일 독일교민이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최씨 모녀의 현지 조력자인 데이비드 윤과 정씨가 BMW 차량을 타고 가는 것을 봤다고 한 것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정씨는 ‘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누군가 봤다고 했는데’라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그때 쇼핑은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얼떨결에 교민이 목격한 그 시기에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데이비드 윤과 함께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언을 의식한 듯 곧바로 말을 바꿨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얼마나 머물렀냐’는 질문이 나오자 “하루 머물다가 왔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도 아니고 슈미텐 윗쪽에 동네 이름은 잘 모르는데 매매계약서 때문에 다녀 온 적이 있다”고 황급하게 행선지를 바꿔서 말했다. 조력자 데이비드 윤에 대해서도 “만난지가 한 달이 넘었다. 데이비드 윤은 나와 연락 자체를 안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씨가 체포된 은신처 주변 주민들은 정씨 일행이 온 뒤로 3달 동안 5~6차례 BMW차량이 마당에 주차된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데이비드 윤 형제가 아니라면 BMW를 타고 정씨 일행을 찾아올 사람이 누구인지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답변 태도가 엇갈렸다. ‘대통령을 이모라고 부른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대통령을 보기는 했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본게 거의 초등학교때 일 것”이라고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대통령의 의문의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그때는 내가 임신중이어서 어머니하고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시기기 때문에 (엄마로부터)들은 얘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간호장교를 대신해 박 대통령에게 주사를 놓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백 선생’(주사아줌마)에 대해서는 “누구인지 알 것 같다”며 대통령을 곤궁에 빠트릴 뭔가를 쥐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정씨의 답변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한국으로 강제송환될 경우에 대비해 누군가 사전에 치밀하게 훈련을 시킨 흔적이 역력했다. 1차적으로 최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가 연상되지만 정씨는 “이 변호사님은 바쁘신지 잘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정씨가 체포될 경우에 대비해 어떤 전략을 짜놓았고 누가 배후에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씨의 답변태도로 봐서는 당초 기대와 달리 쉽게 ‘비밀’을 털어놓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강진구·강순원 통신원(덴마크 올보르)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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