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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교체' '부회장 아들'.. 경찰 채용 의혹에 수험생들 격분

장백산-1 2017. 1. 9. 22:51

한겨레

'최순실 교체' '부회장 아들'..

경찰 채용 의혹에 수험생들 격분


입력 2017.01.09 14:26 수정 2017.01.09 15:16





'그것이 알고 싶다' 경찰 관련 '청와대 노트' 보도
"그나마 공정성 믿은 공무원시험마저" 여론 폭발

[한겨레]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했던 경찰 고위 간부가 경찰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업무노트에 경찰 공채 과정에서 ‘청탁’에 의한 채용 비리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 노량진 등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공시족’이 몰려 있는 지역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7일 방송에서 경찰청 ㄱ국장(치안감)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작성한 노트의 내용을 공개했다. ㄱ국장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청와대 출입문 경비를 책임지는 청와대 경호실 경찰관리관으로 재직한 인물이다.

문제의 노트에는 ‘심○○ 경위→101단 이○○ 추천’ ‘김○○ 강력계 경위→10월말 경찰청 특진’ 등 경찰 정기 인사 관련한 문구가 적혀 있는가 하면, ‘최순실-101단 통제 경찰관리관 101단장 교체’ 등 최순실씨가 경찰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담겨 있다. 101단장 관련 문구는 원경환 당시 청와대 경찰관리관이 최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검문을 하다 좌천됐다는 의혹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확인 결과 메모에 적힌 대로 인사와 채용이 이뤄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은 물론 경호실 관계자, 현역 국회의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공무원 공채’ 관련 대목이 충격을 주고 있다. 특정인의 수험번호는 물론 면접과 체력시험 일정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한 어떤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ㄱ국장은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은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점수까지 적혀 있어 ‘인사 청탁설’ ‘점수 조작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의무경찰 선발과 배치도 불공정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단체 ○○부회장 아들’ ‘○○씨 아들, ○○일 의경시험’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고, ‘의경 보직 특혜 의혹’으로 물의를 빚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의경 복무 기간과 ㄱ국장의 청와대 재직 시기가 겹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카페 ‘경시모(경찰공무원 수험생들의 모임)’ 회원들은 “돈 있고 빽 있으면 다 되는 세상”(닐리*****) “우리 시험 준비 왜 하는 건가요”(일일*****)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공꿈사(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 등 일반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학연·지연·혈연을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공무원 시험에 대한 ‘믿음’도 깨졌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경시모 일부 회원들은 “시험 거부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한 누리꾼이 “채용 비리 부분만큼은 수험생들도 납득할 수 있는 조사여야 하는 만큼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수험생들이 조사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경찰청은 지난 8일 “ㄱ국장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며, 필요시 감찰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더 강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선 경찰관들은 “곪아왔던 게 터진 것” “보도 이후 경찰조직이 발칵 뒤집혔다”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 외곽 수비를 담당하는 202경비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직 경찰관 ㄴ씨는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의 긴밀한 연결고리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경찰 인사 비리를 끝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