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이, 날 왜 그렇게 애타게 불렀나?"
CBS 시사자키 제작팀 입력 2017.01.12 21:25
홍성담 화백 "靑 수석회의에서 내 이름 10번 이상 언급된 이유는?"
-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 예술가들은 순수한 영혼일 뿐..우리가 무슨 죄가 있나?
- 블랙리스트는 세계 문화예술사상 가장 극심한 탄압
- 이명박 정부 때 탄압 시작, 박근혜 정부 때 조직화, 세밀화
- 김기춘의 사악한 '간통 일대기', 포르노로 그리겠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1월 12일 (목)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홍성담 화백
◇ 정관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설명하려면 이분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홍성담 화백.
세월오월이라고 하는 그림.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특별전에 전시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전시 불가. 그래서 특별전 참여작가들이 전부 작품을 철수하는 이런 집단반발 사태까지 있었던 것이죠. 알고 보니 그게 바로 블랙리스트였습니다. 우리 홍성담 화백을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홍성담> 안녕하세요.
◇ 정관용> 그 2014년 그게 몇 월이죠?
◆ 홍성담> 8월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때만 해도 전시하기로 결정됐다가 갑자기 왜 안 되는지 본인도 의아해하셨죠?
◆ 홍성담> 그랬죠. 네,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그 걸개그림을 광주비엔날레 광주정신 특별전에서 저에게 의뢰를 했던 것이죠.
◇ 정관용> 의뢰받아서 그림 그려줬는데.
◆ 홍성담> 그리고 그 그림을 그냥 작업실에서 그린 게 아니고 광주 시가지 한복판에 임시 작업장을 설치하고 금요일마다 공개적으로 시민들 전부 와서...
◇ 정관용> 구경하는 가운데?
◆ 홍성담> 콘서트도 하고 같이 그리기도 하고 또 연극도 하고. 그러면서 아주 즐겁고 재미있게.
◇ 정관용> 일종의 공동창작 형식이네요.
◆ 홍성담>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 홍성담> 정규 화가들은 약 60여 명 정도 참여를 했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씩 그렇게 광주시민들이 직접 와서 그 그림을 그리는 데 같이 참여하고 같이 또 재미있게 놀고 그런 과정들을 이렇게 쭉 가진 그런 창작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다 갑자기 이건 전시 못 합니다?
◆ 홍성담> 네. 그림을 수정을 하라고. 그래서 제가 우리들이 논의에 의해서 그린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 이 부분을 수정을 하라고 해서 계속 버티다가 결국은 뭐 일을 가급적이면 좋게 끝내자. 그래서 수정을 했어요.
◇ 정관용> 어떻게 수정했죠?
◆ 홍성담> 그래서 우리가 큐레이터들한테 두 가지 대안이 있다. 하나는 그냥 그 부분을 하얀색으로 지워버리고 그대로 놔두는 방법. 그리고 하나는 닭대가리를 좀 그려넣으면 어떻겠냐. 너희들이 의논해서 결정해라.
그랬더니 큐레이터들이 아주 열심히 한 20여 분간 의논을 하더니 저한테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얀색으로 지워버리고 이렇게 놔두면 사람들은 더 이상하게 본다. 여기에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 그래서 더 이상하게 본다. 그래서 닭대가리로 그려달라.
그래서 제가 아니, 항간에 떠도는,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 박근혜 대통령 별명이 닭대가리인데 그래도 괜찮겠느냐. 그러니까 하여튼 박근혜 대통령 얼굴만 안 보이면 된다. 그래서 닭대가리로 그려달라. 그래서 또 열심히 닭대가리로 그렸어요.
◇ 정관용> 그랬어요.
◆ 홍성담> 열심히 그렸어요.
◇ 정관용> 그런데도 또 안 된다?
◇ 정관용> 그랬더니 그러면 전시 안 된다?
◆ 홍성담> 아니요. 그러고 나서 이제 전시 개막 하루 전날 책임 큐레이터가 와가지고 그 닭대가리로만 가려주면, 그러니까 고쳐주면 자기가 책임지고 전시회를 하겠다. 그래서 그럼 그렇게 하자.
◇ 정관용> 그럼 고쳐주셨잖아요.
◆ 홍성담> 네, 고쳤습니다. 고쳐서 보냈습니다. 보냈는데 그 그림이 전시장으로 간 게 아니고 그 그림 운송트럭이 그냥 지하실 수장고로 바로 내려가서 그림이 수장고 속에 감금이 됐죠.
◇ 정관용> 바로?
◆ 홍성담> 네.
◇ 정관용> 그러니까 이미 결정이 된 거네요.
◆ 홍성담> 그런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시점만 해도 이게 어떤 체계와 매커니즘에 의해서 전시불가 결정이 내려졌나 하는 걸 홍성담 화백은 모르셨죠?
◆ 홍성담> 몰랐죠.
◇ 정관용> 그렇죠? 그러다 전모를 알게 된 게 언제쯤입니까?
◆ 홍성담> 이번에 고 김영한 수석 비망록이 이제 까지면서, 아니, 제 이름이 8월달에만 집중적으로 10회 이상이 나왔다고 그래서 제가 너무 깜짝 놀랐어요.
◇ 정관용> 그게 2014년 8월. 홍 화백 이름이 무려 10번 언급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 홍성담> 그래서 나는 너무 놀랐어요.
◇ 정관용> 김기춘 실장이 그렇게 홍 화백을 좋아하시는?
◆ 홍성담> 왜 그렇게 애타게 불렀을까요. 아니, 저는 그래서 제가 제 목을 손을 대봤습니다. 내가 목이 아직도 붙어 있는가.
정말 너무너무 소름이 끼치고 이게 과연 나라이고 이게 국가인가. 이 그림 하나 때문에 참 화가 한 사람을, 소위 한 국가의 모든 권력의 최정점인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0번을 거론했다는 게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 정관용> 그러게요.
◆ 홍성담> 정말 소름이 끼쳐요.
◇ 정관용> 작년 11월에 윤장현 광주시장이 당시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의 전화를 받아서 너무 압력을 느껴서 어쨌든 행사를 마무리하고자 전시 불가 결정을 내렸다라고 스스로 반성 겸 해서 실토하지 않았습니까?
◆ 홍성담> 네.
◇ 정관용>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김종 전 차관 정도가 핵심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셨던 거예요?
◆ 홍성담> 2014년 8월 그 세월오월 사건이 끝나고 나서 서울로 안산 제 작업장으로 복귀를 해서 천천히 일기를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면서 쭉 생각을 하는데 저는 그동안에 들었던 이야기를 작업하면서 광주는 좁으니까요. 그림 그리는 사람들도 한정돼 있고. 그래서 여러 가지들을 종합했는데 저는 분명히 세 군데에서 압력이 있었을 것 같다.
◇ 정관용> 어디어디요, 세 곳이면?
◆ 홍성담> 하나는 이제 청와대고 하나는 문체부고 하나는 안기부, 그러니까 국정원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제가 국정원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비엔날레에 근무하는 후배가 저한테 와서 홍성담 선배님, 이번에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적당한 곳에서 멈추십시오. 지금 광주시 차원이 아니고 중앙에서 직통으로 계속 비엔날레에 압력이 들어오고 그리고 국정원 직원들이 비엔날레에 들락날락합니다. 우리가 불편합니다. 직원들이 불편해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결국은 보니까 국정원, 문체부, 청와대가 다 한몸통이잖아요. 한 시스템이고.
◆ 홍성담> 네, 그렇게 됐네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홍성담> 나도 그래서 그때 그 사건이 끝나고 나서 제가 생각했던 그런 예상들이 거의 이제 맞아들어간 것 같아서 요즘 제가 거의 불면증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 정관용> 왜요?
◆ 홍성담> 두려워요.
◇ 정관용> 우리 홍 화백님은 사실 요즘 같은 이런 게 한두 차례가 아니잖아요.
◆ 홍성담>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너무 소름이 끼쳐서. 정말 두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지난 1989년에도 동학농민운동부터 6. 10항쟁까지 민족해방운동사라는 그림 그리셨잖아요.
◆ 홍성담> 네.
◇ 정관용> 그 그림 슬라이드가 평양축전에도 갔고. 그러다가 그때 옥고도 치르셨잖아요. 그때 검찰총장이 김기춘 전 실장이더라고요.
◆ 홍성담> 네, 그렇게 저하고 악연이 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런 89년에 직접 옥고까지 치르셨던 일도 있었는데 요즘이 그렇게 두려우세요?
◆ 홍성담> 왜 그러냐 하면 차라리 저를 그렇게 구속을 했으면 차라리 편하겠습니다. 그런데 계속 극우단체들을 이용해서 계속 저한테 전화질을 해대고.
◇ 정관용> 그래요?
◆ 홍성담> 네. 뭔가 아주 불쾌한 것들이 소포로 오고.
◇ 정관용> 어떤 게 와요?
◆ 홍성담> 면도칼 같은 것이 담겨서 오기도 하고.
◇ 정관용> 그래요?
◆ 홍성담> 그리고 심지어 미국 교포들이 만나면 죽이겠다고 그런 편지도 오고요.
◇ 정관용> 편지.
◆ 홍성담> 그리고 심지어는 서울에서 보수단체 약 150명이 대형 버스에 나눠타서 제 아파트 현관 계단까지 올라와서 빨갱이 화가를 몰아내자!
◇ 정관용> 시위를 해요?
◆ 홍성담> 그렇게 시위를 하고 그렇습니다.
◇ 정관용> 경찰에다 신고 하셨어요?
◆ 홍성담> 그래서 경찰들이 와서 이제 계단으로 진입을 못 하게 막고.
◇ 정관용> 아니, 이런 전화 또 소포, 편지, 이런 거 다 신고하셔야죠.
◆ 홍성담> 저 신고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 정관용> 신고하셔야 합니다, 하나하나 다. 그리고 전부 다 추적 내지는 수사의뢰 하시고.
◆ 홍성담> 네. 제가 또 경찰을 또 못 믿잖아요.
◇ 정관용> 그래도요, 그래도.
◆ 홍성담> 네. 저는 우리 사회가 너무 이런 식으로 염치가 없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 대단히 두렵습니다.
◇ 정관용> 아까 제가 89년 얘기했는데 그 시절은 그냥 그러려니, 탄압 받으려니 그랬었는데 이제는 그 시절은 아니지 않겠나 했는데 이러니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홍성담> 그런데 이게 급기야 박근혜 정권 들어와서 이게 대단히 이런 탄압들이 조직화되고 아주 세밀화됐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15년 동안은 홍 화백께서 본인의 예술활동, 작품활동 때문에 뭔가 두려움을 느끼거나 그런 적은 없었습니까?
◆ 홍성담> 전혀 없었죠.
◇ 정관용> 15년 동안? 이명박 정부 때도 없었습니까?
◆ 홍성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사실은 그런 일들이 발생을 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최초가 어떤 거예요, 예를 들면.
◆ 홍성담> 제가 4대강을 비판하는 그런 풍자화를 그렸었는데 미술관에 걸리지 못하고 결국은 내려졌고 다른 그림으로 대체가 됐어요.
◇ 정관용> 전시 불가가 이명박 때부터 시작했군요.
◆ 홍성담> 그럼요.
◇ 정관용> 그리고요. 또 어떤 사례들이 있습니까?
◆ 홍성담> 그리고 또 제가 또 이명박 용산참사.
◇ 정관용> 용산참사.
◆ 홍성담> 그런 그림하고 또 우리나라가 새로운, 이상하게 국가주의로 지금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여러 가지 걱정을 그린 그림이 있는데 그 그림도 전시가 못 되고 내려졌습니다. 제가 이명박 정부 때는 그런 2번의 경험이 있었고.
◇ 정관용>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 홍성담>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 정관용> 아까 조직화되고 아주 세밀화됐다고 했는데 어떻게요?
◆ 홍성담>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문화재단 같은 데 프로젝트를 냅니다, 동료들이. 그러면 이제 거기에 참여하는 화가들의 이름들을 전부 써서 낼 거 아니에요?
◇ 정관용> 그렇죠.
◆ 홍성담> 그러면 거기에서 받는 사무를 보는 사람이 제 이름이 적혀져 있으면 그 이름을 삭제를 하라고 그럽니다.
◇ 정관용> 왜요? 이름이 이 이름이 들어가면 어쨌든 빠지니까?
◆ 홍성담> 빠지니까. 이건 통과가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래서 일단 지원을 받고 나서 전시할 때 같이 하더라도, 편법이죠. 그렇게 하라고. 그런 것들을 제가 몇 번 경험을 했었거든요.
◇ 정관용> 그래서 홍 화백 이름을 빼고 지원하면 그래도 채택은 돼요?
◆ 홍성담> 아마 제 이름이 없어서 채택이 된 적이 한 두어 번 있습니다.
◇ 정관용> 그 채택된 후에 전시할 때 참여하면 괜찮아요?
◆ 홍성담> 자기네들이 참여해도, 하라고 그러는데 그게 편법일 것 같고, 동료 화가들한테...
◇ 정관용> 누가 될까 봐.
◆ 홍성담> 제가 누가 될 것 같아서.
◇ 정관용> 빠지신 거구나.
◆ 홍성담> 빠진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홍 화백은 계속 그냥 빠지신 거네요?
◆ 홍성담>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독일에서 한번 초청받았었는데 그때도 우스꽝스러운 일이 있었다면서요.
◆ 홍성담> 참 말하기도 부끄러운데요.
◇ 정관용> 뭡니까?
◆ 홍성담> 그게 독일의 2015년이 유럽 2차대전 종전 70주년 기념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를린에 유럽의 모든 평화단체들이 모여서 축제를 하는데요. 베를린 시에서 공모를 했답니다, 전시회 공모를.
그런데 어떤 큐레이터가 그동안 유럽 그림들은 많이 보여줬으니까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에 관한 그림 전시회 프로포잘을 써서 그것이 당선이 됐어요. 그래서 한국 작가 하나, 일본 작가 한 명, 베이징 작가 한 명, 타이베이 작가 한 명. 이렇게 초청을 했는데요. 그쪽에서 제 그림 세월오월 걸개그림을.
◇ 정관용> 보내달라?
◆ 홍성담> 선정을 했어요.
◇ 정관용> 이건 홍 화백이 요청한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 홍성담> 그럼요.
◇ 정관용> 초청한 거네요.
◆ 홍성담> 네, 초청한 거죠.
◇ 정관용> 그런데요?
◆ 홍성담> 그래서 좋다고. 그래서 베를린 전시 주최 측에서 베를린에 있는 그림 운반회사에 맡겼을 거 아닙니까? 그럼 그림 운반회사는 그 운반회사 네트워킹을 타고 한국의 운반회사한테 이야기가 돼야 될 거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홍성담> 그럼 한국에 있는 운반회사가 제 작업실에서 그림을 싣고 김포공항에서 통관을 해서 보내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저녁 때 운반회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한국의 운반회사에서.
“선생님, 내일 오전 11시에 작업실로 그림 실으러 가겠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9시에, 9시 전이다. 8시 한 30분 정도. 그때 급하게 아침에 전화가 와서.
◇ 정관용> 운반회사에서?
◆ 홍성담> 네. “우리 회사에서 급하게 중역회의를 했는데 이 그림을 운반했다가는 회사가 깨지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운반을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이제 주최 측에 그런 사실을 통보를 했죠. 그래서 독일 운반회사에서 네트워킹을 통해 한국의 운반회사들 한 두세 곳과 계속 협의를 했는데.
◇ 정관용> 전부 다 안 된다?
◆ 홍성담> 다 똑같이 안 된다, 그렇게 했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어떻게 되셨어요?
◆ 홍성담> 그래서 제가 어쩔 수 없이 10일 일찍 갔어요, 베를린을.
◇ 정관용> 그림은 못 들고 가시잖아요, 워낙 크니까.
◆ 홍성담> 그럼요. 그래서 10일 일찍 가서 거기에서 준비해 주신 자원봉사자들 데리고 미대생들. 데리고 제가 전시장 벽면에 직접..
◇ 정관용> 그림을 그렸어요?
◆ 홍성담> 그림을 그렸습니다.
◇ 정관용> 그런 행태를 보고 독일 주최 측이 뭐라고 하던가요?
◆ 홍성담> 거의 말을 못 하더구먼요. 아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래서 믿지를 않아요, 제일 처음에는.
◇ 정관용> 그렇겠죠. 그러니까 어느 모 기관에서 그림 운반회사, 국내에 있는 운반회사 전부한테 그런 걸 경고를 하거나 압력을 넣거나 했다는 거 아닙니까?
◆ 홍성담>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 실체는 혹시 나중에 파헤쳐진 거 없어요? 어느 기관이 어떻게 나서서 어떻게 했다더라. 몰라요?
◆ 홍성담> 아직 제가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 정관용>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장관 등을 고발할 예정이시죠?
◆ 홍성담> 네.
◇ 정관용> 아직 안 하셨어요? 지금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하고 있는데.
◆ 홍성담> 같이 참여하는 것보다도 같이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서 같이 하게 됐고요.
◇ 정관용> 그리고 최근에는 세월호 관련된 특별전시회도 또 하셨죠?
◆ 홍성담> 네. 안산 4. 16기억전시관에서 약 세 달간의 전시를 마치고 지금 그게 부산 카톨릭센터 대청갤러리로 가서 디스플레이가 되고 2월 13일날 오픈을 하게 됩니다.
◇ 정관용> 홍 화백 작업실이 안산이시잖아요.
◆ 홍성담> 네, 안산입니다.
◇ 정관용> 혹시 희생된 학생들 직접 아는 학생들도 있으세요?
◆ 홍성담> 네.
◇ 정관용> 어떻게 아는?
◆ 홍성담> 제 작업장에 저한테 그림도 배우고 그리고 제 작업장 청소도 하고 그런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들이 2명이나 있었습니다.
◇ 정관용> 2명. 아르바이트 겸 제자?
◆ 홍성담> 네.
◇ 정관용> 희생된 학생이 있습니까?
◆ 홍성담> 한 학생이 희생됐습니다.
◇ 정관용> 그 세월호 관련된 그림 그리시기 참 힘드시겠네요.
◆ 홍성담> ...... 아주 힘들었습니다.
◇ 정관용> 이번 전시회는 그림을 전시해 놓고 그 유가족 분들이 찾아오시는 분들한테 직접 그림 해설, 설명을 하신다면서요.
◆ 홍성담> 네, 설명을 하는데 유족 분들이 아무리 냉정을 되찾으려고 해도 눈물 때문에 설명이 간혹 막히고는 했습니다마는 오히려 그것이 다 설명을 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오늘 논의의 첫 출발이 됐던 2014년 작품 세월오월. 드디어 광주에 전시가 된다면서요.
◆ 홍성담> 네, 광주에서 전시를 하기로 했는데요. 제가 몇 가지 요구조건이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겁니까?
◆ 홍성담> 그 당시에 같이 그림을 그렸던 60여 명의 화가들을 전부 초청해서 시장이 직접 그들에게 사과를 해라. 그리고 두 번째, 백서를 만들어라. 편집은 우리가 하겠다. 그리고 세 번째, 지금 시장만 사과해서 될 일이 아니다. 시장의 뒤에 숨어 있는, 직접 우리에게 탄압을 했던 공무원들 사과해라.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전시회 안 하겠다, 이렇게 제가 요구를 했습니다.
◇ 정관용> 그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 없고요?
◆ 홍성담> 답변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광주시 차원에서 아무튼 사죄의 명목으로 전시회를 열겠다라고 통보가 온 거군요. 거기에 대해서 이러한 요구 조건을 거신 거고?
◆ 홍성담> 네.
◇ 정관용> 광주시가 어떻게 나올지 한번 좀 지켜보고요. 김기춘 전 실장을 소재로 하는 그림을 본격적으로 하나 그리실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 홍성담> 저는 또 제가 이렇게 격해지려고 그러는데요. 좋습니다. 하여튼 뭐 저를 10번이나 애타게 불러 저를 탄압한 건 좋은데 1만여 명에 가까운 문화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관리를 했다는 거. 이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제가 용서를 할 수가 없습니다.
예술가들이라는 게 원래 이 회색빛 이 현대문명에 생활의 감정을 알록달록하게 입히는 그런 정말 순수한 영혼들 아닙니까? 이런 우리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우리들이 어떤 사람들처럼 재벌들 협박해서 몇 백 억을 뜯어먹었습니까? 우리가 부동산 투기를 해 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가 담마진이다 뭐다 핑계대서 군대를 안 갔다 왔습니까?
정말 예술가들이라는 게 순수한 영혼들이고 잠수함 속의 토끼입니다. 그래서 그 순수한 영혼들이 사회 현실을 느끼면 이를테면 연극하는 사람들은 연극 속에서 그게 살아나오고.
◇ 정관용> 그렇죠.
◆ 홍성담>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 그게 살아나오고 그림도 비구상을 하는 사람들은 비구상 속에서 살아나오고 나같이 구상을 하는 사람들은 구상 속에서 살아나오는 거 아닙니까?
이런 것들이 그대로 우리가 예술적으로 현실화될 때 정말 이 우리 사회나 정치권력들은 자기 반성을 하고 그 잘못된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되는 것이거든요. 그렇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박근혜 대통령 이제 교도소 가게 됐잖아요. 반성하기는커녕 그 시스템,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기는커녕 1만 명에 가까운 예술가들 명단 만들어서.
◇ 정관용> 개악시켰죠, 오히려. 후퇴했고, 과거로.
◆ 홍성담> 후퇴 정도가 아닙니다. 이건 역사적으로 이런 일이 없습니다. 이건 세계 문화예술사에 가장 극심한 탄압으로 이 1만여 명의 블랙리스트는 영원히 남을 겁니다.
◇ 정관용> 바로 그런 심정을 어떤 그림으로 지금 계획하고 계세요?
◆ 홍성담> 그래서 제가 정말 김기춘, 제가 공부를 했어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이제사. 보니까 참 대단하신 분이더라고요.
◇ 정관용> 대단하죠.
◆ 홍성담> 자칭 아이큐가 170에. 그리고 30대에 유신헌법을 기초하는 데 참여했고. 그 당시 중앙정부부 대공수사국장을 하면서 조작간첩단들을 무지하게 만들어냈고.
◇ 정관용> 지금 우리 청취자분들 다 압니다, 그 일대기를.
◆ 홍성담> 나는 사법 엘리트가 어떤 식으로 정치권력과 간통을 했느냐. 이 정점, 최고의 정점을 보여준 인물이 나는 김기춘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도 풍자화의 정점으로 대응을 하겠습니다.
뭐냐 하면 풍자화의 최고 정점은 포르노그래피입니다. 그 김기춘 씨가 어떻게 지금까지의 우리 현대의 한국의 최고권력들과 간사한 짓들을 했는지 이것을 포르노그래피로, 19금 포르노그래피로 그려내겠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김기춘의 일생을 사법 엘리트와 역대 정치권력 사이의 사악한 간통이라고 하는 내용으로 일대기를 포르노그래피로, 19금으로.
◆ 홍성담> 네.
◇ 정관용> 언제쯤 그림이 완성될까요?
◆ 홍성담> 아마 올 4월이면 완성이 될 것 같아요.
◇ 정관용> 봄에?
◆ 홍성담> 급하게 완성할랍니다. 그리고 제가 김기춘 씨 초청을 하겠습니다. 오픈식에.
◇ 정관용> 초청에 응할까요?
◆ 홍성담> 억지로라도 끌고 오고 싶어요.
◇ 정관용> 오늘 인터뷰 중에도 우리 홍성담 화백 세월호 이야기를 할 때 눈시울을 붉히고 말을 못 이으시고요. 또 정권의 1만 명 블랙리스트에는 화를 참지 못해 몸을 부들부들 떠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 천생 예술가구나, 천생 화가구나, 이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네요.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 홍성담> 네.
◇ 정관용>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겠죠?
◆ 홍성담> 그렇게 만들어야죠.
◇ 정관용>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극우단체 전화, 편지 이것 경찰에 전부 다 신고하시고요.
◆ 홍성담> 네.
◇ 정관용> 오늘 고맙습니다.
◆ 홍성담> 감사합니다.
[CBS 시사자키 제작팀] wo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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