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용산참사 유가족 업무방해·집시법 위반 모두 무죄"
이유진 기자 입력 2017.02.03 15:14
[경향신문]
용산참사 진압 책임자의 공기업 사장 임명을 반대하며 시위를 하다 기소된 용산참사 유가족 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용산참사 유가족 이모씨(43)와 최모씨(38) 등 활동가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용산참사 유가족 ㄱ씨는 2013년 11월13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주차장 진입로에서 집회 신고 시간보다 2시간 이른 오전 8시 홀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시작했다. 김석기 당시 공항공사 사장(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퇴임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김 사장은 진압 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ㄱ씨가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공항공사 직원과 실랑이가 있었고 ㄱ씨는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자 다른 유가족 이씨 등 집회 참가자들은 직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신고 장소에서 약 90m 떨어진 주차장 차량출입 차단기 앞으로 이동해 항의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당초 집회장소로 신고된 곳이 아니라며 해산을 명령했고, 이에 따르지 않자 참가자들을 연행해 입건했다.
검찰은 약식기소 했으나 이씨 등은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2014년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들이 집회 장소와 시간, 방법 등에서 신고범위를 벗어나 위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예정시간보다 이른 아침 집회·시위를 하게 된 것은 전혀 예기치 않았던 우발적 상황에서 발생한 긴급한 사태에 곧바로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사전신고를 요구하기 어렵고, 1시간40분 정도 일찍 개최한 점을 고려할 때 ‘현저한 일탈’로 보기 어렵다”며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또 장소 이탈 부분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범위를 현저히 이탈해 공중의 안녕질서에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참가자들이 주차장 진입로를 막아 교통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며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각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도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출근하는 직원들의 차량진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면서도 “공항공사 직원과 실랑이 하던 유가족이 쓰러졌기 때문에 이동한 점, 구호를 외치면서 앉거나 서 있었을 뿐 적극적으로 차량을 막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사회통념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경찰과 검찰이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김석기를 지키기 위해 경찰력과 기소권을 남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공권력의 태도는 2009년 용산참사 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진압책임이 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현 국회의원)이 2013년 공항공사 사장이 되자 공항공사 본사 앞에서 ‘용산참사 진상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의 손팻말 시위를 진행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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