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뛰어넘는 崔씨'국정농단'..비결은 조력자와 '노란 수첩'?
박보희 기자 입력 2017.02.03 11:19 수정 2017.02.03 16:02
"최태민, 재단설립 · 재산은닉 등 지침서 남겨" 아들 증언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양성희 기자]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국정 농단' 범위가 국내를 넘어 정부의 해외원조 사업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거미줄 인맥으로 각종 검은 거래에 관여하며 이권을 챙기려 한 행태가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것. '최순실 게이트' 초기 단순한 '강남 아줌마'로 인식됐던 최순실씨가 미르재단 · K스포츠재단부터 해외 법인 설립, 재산 은닉까지 각종 복잡한 수단을 총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최순실씨 주변 조력자나 일종의 '지침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일 최순실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 강제로 불러 조사했다. 최씨가 760억원 규모에 달하는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맡은 기업의 지분을 차명으로 받아 이득을 보려 했다는 것이 혐의의 골자다. 이를 위해 최순실씨는 주 미얀마 대사 인사까지 개입했다.
급기야 전국 세관 30여 곳 중 가장 큰 인천본부세관장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최씨는 미얀마와 이란 등에서의 한류 관련 사업은 물론 커피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이를 위해 세관 쪽 협조가 절실히 필요했던 만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인천본부세관장에 앉혔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최씨의 국정농단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르재단 ·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기업들을 상대로 강제 모금을 한 정황이 알려지면서다. 사실상 최씨가 지배한 재단에 53개 기업이 774억원을 내놨다. 당초 수백억원에 이르는 자금 규모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드러난 최씨의 전횡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어섰다.
최씨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 등을 받기 위해 각종 법인을 설립하고, 독일 등 해외에 페이퍼컴퍼니 등을 만들어 거액의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빼돌린 자금은 차명으로 해외에 은닉한 것으로 특검은 판단하고 있다.
언론과 검찰이 최씨의 재산을 추적했지만, 아직도 최씨 재산 규모가 얼마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검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역외탈세 추적 전문가와, 재산추적 경험이 많은 변호사까지 동원해 살피고 있다.
일각에선 사업 경험이 별로 없고, 공직을 맡아본 적도 없는 최씨가 국내외를 넘나들며 '돈이 될 만한' 사업에 전방위적으로 손을 뻗쳐 재산을 챙기고 숨길 수 있었던 배경에 최씨의 부친, 최태민이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최순실씨의 이복형제 최재석씨는 언론인터뷰에서 이 같은 방법들이 부친인 최태민씨가 남긴 수첩에 적혀있었다고 주장했다. 재석씨는 "(최순실 일가 재산이) 10조원 이상 될 수 있고 본다"며 "아버지가 짧은 시간에 3000억원 정도를 모았는데 (최순실이) 그거 못 모았겠느냐. 탁월한 재테크 능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재석씨가 언급한 '탁월한 재테크 능력'은 최태민씨가 남겼다는 '수첩'에 있다. 최재석씨는 "(미르재단 · K스포츠 재단 설립 등은) 재단 설립 프로젝트를 위한 아버지 수첩이 있었다"며 "재단을 만드는 방법, 채권관리 방법,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 등이 노란 비닐 수첩에 깨알같이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방법 등도 이 수첩에 적혀있었다고 한다. 재석씨는 이 수첩에 대해 "최순실이 가져갔을 것"이라며 "금고 안에 들어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최재석씨는 2일 최순실씨의 재산 형성 과정과 규모 등을 수사 중인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에 앞서 최재석씨는 3차례 특검에 나와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특검과 검찰은 최순실씨 소유의 건물 등을 압수수색 했지만 노란 비닐 수첩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조력자'들도 눈에 띈다. 최씨는 1990년대부터 독일을 드나들었고, 이곳에서 도움을 받으며 인연을 맺은 이들의 뒤를 봐주기 위해 공직을 넘어 사기업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했다.
최씨와 딸 정유라씨가 2015년 독일에서 집을 구할 때 3억여원의 특혜성 대출을 받게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2본부장이 대표적이다. 이상화씨는 당시 외환은행 독일 법인장이었다. 특검은 이상화씨 귀국 후 청와대가 은행 최고위층에 부탁해 이상화씨가 외환은행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보고 있다.
이상화 외환은행 본부장은 특히 최씨에게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를 소개해줬다.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로, 유재경 대사는 삼성전기 유럽판매법인장으로 독일에서 근무했다. 독일에서의 사적 인연이 '미얀마 K타운' 이권개입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상화 본부장뿐만이 아니다. 최씨 모녀가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을 이용할 때마다 편의를 봐준 대한항공 주재원 인사에도 관여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에도 해당 날짜에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고창수 3년 연임 부탁. 신망 두터움'이라고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났을 때다. 2016년 1월 3일자 수첩에는 2월 복귀를 앞둔 고창수 지점장이 서울 또는 제주지점장을 원한다고 적혀 있다. 고창수씨는 제주지점장으로 발령이 났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떠났다.
특검은 최근 20년 넘게 최측근에서 최순실씨의 집사 역할을 한 '방 과장'으로 불리는 인물을 핵심 조력자로 지목,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방씨가 최씨의 재산 형성 과정 초기부터 개입, 최씨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방씨는 최씨의 독일·덴마크 도피를 돕고, 거주지에 남겨진 비밀금고 등 범죄 흔적을 지운 당사자로 알려졌다. 최씨 역시 주변인들에게 비밀로 할 만큼 방씨를 전폭적으로 신뢰, 내밀한 문제들은 방씨에게 지시해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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