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김수남 검찰총장, 우병우 압박 카드 받았나 … '우꾸라지' 새 그물

장백산-1 2017. 3. 2. 12:28

 김수남 검찰총장, 우병우 압박 카드 받았나 … 

'우꾸라지' 새 그물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7.03.02 11:58





우병우, 김수남 검찰총장과 여러 번 통화 … 통화 내용 관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김수남 검찰총장은 물론 이영렬 서울지검장과 수시로 연락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넥슨과 부동산 거래 의혹이 수면 위로 오른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발한 10월 말까지 사법부 핵심 인사들과 2000여 건에 다다른 통화 및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수사 기간 마지막 날인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출근하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수사 자료를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동아일보는 2일 이러한 사실을 단독보도하면서 지난해 8월 16일 김수남 검찰총장과 17분가량 통화한 사실에 주목했다. 이 사실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결과로 밝혀졌다. 당시 우병우 수석이 김수남 검찰총장과 통화를 한 시기는 넥센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 터지면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수석을 감찰하던 시기다. 더욱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에게 감찰 사실을 누설했다는 의혹을 MBC가 보도했던 날이다.

우병우 전 수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달 23일에도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20분가량 통화를 했고 26일에도 또다시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10분가량 통화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고갔는지 통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돌아가는 정황상 감찰에 대한 압력이라든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을 차단할 수 있는 묘안을 상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병우 전 수석은 김수남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를 폭로한 다음날인 10월 25일 이영렬 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언의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조사에서 우병우 전 수석은 10월 말까지 검찰 핵심 인사들과 끊임없이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첫 번째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0월 25일 이후부터 연락을 거의 취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나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판단인 셈이다.

한편 김수남 검찰총장은 우병우 전 수석의 사법연수원 3기 선배다. 1959년 대구 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4년 26회 사법고시를 패스한 후 사법연수원 16기를 수료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후 대구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다 3년 뒤 검찰로 옮겼다. 검찰을 맡은 뒤로는 법무부 검찰3과 검사, 광주지방검찰청 공안부장검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3과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검사,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청주지방검찰청 검사장, 범죄예방정책국장,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대검찰청 차장 등 착실한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2015년 12월 41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이버지인 김기택 영남대총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당내 대선 경선에서 경합을 벌이던 박근혜 후보가 영남대 이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 화제가 됐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2014년 11월에 터진 정윤회 문건 사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사건을 직접 처리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근거 없음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2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나중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제대로 터지자 정윤회 문건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럼에도 자리를 꿋꿋이 지켰고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의혹과 최순실의 사유화 의혹이 점점 사실로 밝혀지는 와중에 특수부가 아닌 형사8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또한 참고인 조사만 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자 다음날 10월 26일 두 재단과 최순실, 차은택의 자택을 그제야 압수수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부터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면서 안종범 수첩과 정호성 스마트폰 등 게이트의 실체를 밝히는 매우 중요한 증거를 확보했고 특검에 수사를 인계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1월 25일자 보도를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검찰수사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포함시키는 초강경책을 김수남 검찰총장이 주장했다고 밝혔다. 수사결과 발표 후 최재경 민정수석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검찰과 청와대 사이에 수사의 방향과 강도를 조율하는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 때문이라며 사실상 검찰이 청와대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봤다.

수사결과 발표 후 박근혜 대통령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총장을 해임하라고 지시했으나 되레 두 사람이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히스토리를 미뤄봤을 때 우병우 전 수석이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해임 압박 차원에서 여러 번 통화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통화 내용을 소상히 밝힐 경우 우병우 전 수석이 다시 심판대에 불려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상우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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