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태민 부인 임선이가 박근혜의 모든 것을 관리했다"

[단독] "최태민 부인 임선이가 박근혜의 모든 것을 관리했다"

입력 2017.03.08 20:06 수정 2017.03.08 22:16

최태민 의붓손자 책에서 증언
조용래씨 "아버지 조순제가 죽기 전 고백
박정희가 남긴 돈, 최태민 일가쪽으로 옮겨
박근혜, 최태민에게 모든 부분 의지"

[한겨레]

박근혜-최순실 관계의 ‘뿌리’를 증언하는 책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 목사와 그의 부인 임선이, 둘째 딸 최순실 등에 차례로 절대적으로 의존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최태민의 의붓손자인 조용래씨, 조순제의 아들이 쓴 <또 하나의 가족>(모던아카이브·1만3500원)에는 최태민의 의붓아들인 조순제와 며느리 김경옥의 증언이 다수 수록돼 있다. 본문 120쪽의 짧은 분량이지만 최태민씨 일가의 복잡한 가계뿐 아니라 최태민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일방의 주장이긴 하지만 최태민씨 집안 ‘내부자’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책은 10일 발간될 예정이다.

<한겨레>가 8일 미리 입수한 책을 보면, 이미 여러차례 결혼했던 최태민은 한국전쟁 직전 ‘포항에 살던 과부 임선이’와 결혼해 최순실 등을 낳았다. 임선이는 남편 조씨를 사고로 잃었지만 아들 조순제(지은이의 아버지)가 있었다. 임선이는 양말장수, 암달러상, 고리대업(일수) 등으로 악착같이 돈을 벌었고, 그동안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순사였던 최태민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었다 한다.

가족 나들이. 1974년 여름 무렵 온 가족이 함께 북한산성에 물놀이를 갔을 때 찍은 사진. 앞줄 왼쪽부터 최순실, 조용래, 최순천(최순실의 동생), 임선이가 보인다.

최태민의 부인 임선이. 임선이가 최씨 일가와 박근혜 관계의 “몸통”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랬던 최태민-임선이 부부의 삶은 1974년 육영수의 죽음 이후 최태민이 박근혜와 연결되면서 180도 바뀐다. 최태민이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들고, 이어 박정희 박근혜를 뒷배경으로 삼아 ‘돈방석’에 앉으면서 의붓아들 조순제는 그 돈방석의 관리를 맡는다. 조순제 입장에선 최태민의 행적을 ‘처음부터’ 옆에서 지켜본 셈이다.

이들의 행적은 1979년 박정희의 죽음으로 또 한차례 전환점을 맞는다. “박정희 사후 조순제가 한 가장 중요한 일은 박정희가 남긴 돈을 최태민 일가 쪽으로 옮기는 데 관여한 것이다. 금덩어리가 나왔고 달러와 채권 뭉치도 나왔다. 외국 은행의 비밀계좌에서도 돈이 나왔다.” 이는 조순제가 2007년 죽기 직전 아들 조용래씨 에게 고백한 내용이다.

책에서 조순제는 최태민-임선이의 요청으로 정수장학회와 영남재단을 관리하는 일에도 ‘투입’됐다. 조순제씨의 부인이자 최태민-임선이의 며느리 김경옥은 간호사 경력을 갖고 있어 박근혜에게 영양제 주사를 놔주는 등 박근혜의 개인 생활과 건강관리의 임무를 맡았다. 지은이 조용래는 “임선이는 박근혜의 모든 것을 관리했다. 박근혜-최태민씨 집안 관계의 몸통은 임선이였다”고 했다. “당시 박근혜는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고 믿었으며, 자신을 지켜주는 최태민에게 삶의 모든 부분을 의지했다. 마시는 물 한 모금, 약 한 봉지까지도 최태민이 직접 챙겨줬다”고도 했다.

최태민과 조순제.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 시절의 모습. 당시 최태민은 선교단의 총재로, 조순제는 홍보실장으로 활동했다.

최씨 집안과 박근혜의 관계는 최태민과 임선이가 각각 1994년과 2003년 숨을 거두면서 최순실로 주도권이 넘어갔는데, 이미 이 무렵에는 조순제가 밀려난 상황이라 이후의 자세한 내용은 책에 나오지 않는다. 조순제씨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런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녹취록을 남겼지만 당시엔 큰 시선을 끌지 못했다. 당시 녹취록은 책의 부록으로 실려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모던아카이브 제공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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