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대통령 소환 왜 21일인가..
조사불응 없이 신속수사 포석
입력 2017.03.15 10:18 수정 2017.03.15 11:22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1일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공식 통보함에 따라 첫 대면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헌정 이래 전직 대통령에게 '소환 통첩'을 한 것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4번째다.
소환조사 날짜가 정해지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14일 오후 소환 방침을 천명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하루 만인 15일 오전 신속하게 소환 날짜를 못 박으며 '속전속결'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의 소환 방침에 대해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도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혀 일단 현재로선 출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통보는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닷새 만이다.
애초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시점으로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가 거론됐다. 특히 내주 초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검찰이 21일을 택한 것은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박 전 대통령 측에도 충분한 준비 시간을 제공해 논란의 소지를 봉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환 일정 문제로 불필요한 긴장이 형성되는 것을 피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측이 "변호인단이 이제 막 꾸려진데다 방대한 혐의 내용이 담긴 기록 검토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일정 연기를 요청해오면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로 출석 요구를 조율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검찰로선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두루 고려해 적절한 '소환 타이밍'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측은 작년 11월 1기 특수본의 줄기찬 대면조사 요구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뒤로 미룬 전례가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상 경호 문제 등을 해소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이 예상보다 빨리 승부수를 던진 것은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미룰 이유나 명분이 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8개 범죄사실은 이미 작년 10∼11월 1기 특수본 수사를 통해 충분히 다져놓은 상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넘어온 433억원대 뇌물수수 등 5개 범죄사실도 검찰 수사의 연장선에 있는데다 지난 열흘간의 기록·자료 검토를 통해 대면조사가 가능할 정도로 핵심을 파악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5월 9일로 예상되는 대선 일정도 고려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4월 초까지는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정해지고 19일부터는 공식 유세가 시작된다.
수사가 지연돼 4월로 넘어갈 경우 대선 정국의 소용돌이에 들어가면서 정치적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4월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이다. 검찰 나름대로 대선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복귀하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듯한 뜻을 밝혀 여론이 악화한 것도 소환을 서두른 이유로 거론된다.
검찰은 이달 중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마무리하고 법리 검토 등을 거쳐 늦어도 4월 초순에는 재판에 넘기는 수사 일정표를 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전에는 수사를 마무리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롯데·SK·CJ 등 대기업 뇌물죄 수사와 우병우(50)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비위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새 정부 출범 전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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