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의 요체, 무생법인(無生法忍)
[문] 늘 생각이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 |
[답]급기야 생각이 많아서 걱정이라는 생각까지 붙들고 있는 상황인 걸 보니 걱정은 걱정이오.
생각 그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소. 왜냐하면 만법이 몽땅 제 성품이 없는, 꿈과 같고 환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만법은 전혀 집착할 것도 아니고 그렇게 털어내려고 애쓸 것도 아니기 때문이오.
다시 말해 생각이 일어날 때 일어나는 생각이 본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오만가지 생각을
굴려도 전혀 없는 생각을 굴리는 것과 다르지 않은 거요. 다만 그 생각 속으로 뛰어들어 온통 휩쓸려
울그락불그락, 좋았다 싫었다 하며 집착하여, 항상 여여부동한 제 본체자리를 까마득히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것을 경책하는 것뿐이오. 그러니 어떤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그 생각을 억지로 찍어 눌러 안
나게 하려고 헛되이 허망하게 애쓰지 말고, 그 모든 생각의 흐름을 그저 담담히 지켜보는 것으로써
된 거요. 계속 그렇게 하다 보면 그 생각 자체가 시들해져서 잠잠해지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거요.
본래 청정한 텅~빈 바탕 그 마음에 그 어떤 것도 붙여두지 마시오. 아무리 좋은 말도, ‘아무리 좋은
생각도 말이 없음 생각 없음만 못하다’는 말조차도 보내고 보내고 또 보내서 마침내 그 의식의 흐름이
바싹 말라야 하오. 붙여두려는 생각도, 털어 없애버리겠다는 마음도 전부 없는 것을 실제라고 집착하여
씨름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비판하거나 합리화하거나 하지 말고,
다만 그 한 생각이 철저히 무생(無生)이라는 사실을 밑 바닥까지 깊이 사무치는 것, 그것이 곧 이 마음
공부의 요체임을 알아야 하오.
[현정선원법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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