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살 공화국'에서 "대선 지면 한강 빠지겠다"는 후보들
허진 입력 2017.04.18. 10:50 수정 2017.04.18. 11:01
서울시내에서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 가려면 건너야 하는 다리 중 하나가 마포대교다.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신임 대통령이 청와대로 가기 위해 지나는 곳도 마포대교다.
그런 새 대통령이 희망을 품고 건너는 마포대교는 우리 사회의 어두움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른바 ‘자살 명소’라는 악명도 높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한강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1500여명에 달한다. 그 중 3분의 1 정도가 마포대교를 투신 장소로 택했다. ‘한강물에 빠져 죽는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마포대교인 셈이다.
마지막 결심을 되돌리기 위해 ‘엄마가 보고 있다’ ‘힘들었구나’와 같은 위로의 말을 다리 난간에 적어 ‘생명의 다리’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이런 문구로도 자살이 계속되자 지난해 연말에는 1.5미터 난간에 1미터 길이의 난간을 추가 설치하기도 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정하려 다리 위로 오르는 걸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런 마포대교를 가까이 두고 있는 국회지만 정치인은 여전히 자살의 심각성에 둔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살과 관련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통령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복잡하지 않습니다. 진보좌파 셋에 보수우파 하나입니다. 이런 선거구도에서 보수우파들이 못 이기면 한강에 빠져 죽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대구 유세 현장에선 “우파가 선거에서 못 이기면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했다.
홍 후보뿐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한 행사에 참석해 “우리 당의 대권주자 지지도 합계가 (당시) 여권의 지지율 합계보다 월등히 높다. 이러고도 못 이기면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빠져야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문 후보에 앞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국민) 60%의 지지를 받는데 우리가 지면 어떻게 되겠느냐. 우리가 다 한강에 빠져야 한다”고 말하자 문 후보가 화답한 것이었다.
물론 이들의 발언이 심각하게 죽음을 염두에 둔 것은 전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웃자고 한 말에 왜 죽자고 달려드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에 나온 게 웃자고 나온 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수많은 사탕발림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자살 관련 공약을 제대로 내놓고 있지 않는 대선 후보들이 한 말이기에 그냥 웃고 넘길 말로 들리지 않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지난 12일 자살 대책을 포함해 국민 정신건강증진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각 대선 후보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각 후보들은 전국을 누비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많이 바쁘겠지만, 한강에 빠지겠다는 공약(空約)을 던지기보다는 자살 대책 공약(公約)을 내놓는 게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치부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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