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송민순 "문재인, 이처럼 증거 있는데도 계속 부인"
남정호 입력 2017.04.21. 02:41 수정 2017.04.21. 08:19
당시 김만복 원장, 북한서 받은 내용 노 대통령이 보여줘 내 눈 의심
난 모든 업무 내용 기록하는 사람 자료 바탕으로 했기에 틀림없어
문, 스스로 이 문제 해결했으면 리더십 인정받았을 텐데 아쉬워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인터뷰 2007년 유엔 투표를 앞두고 노무현 정부가 북한과 사전 협의했다는 논란에 대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일 입을 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를 앞두고 찬성과 기권을 놓고 내부 의견이 갈린 상황이었다. 송 전 장관은 저서 『빙하는 움직인다』를 통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후보가 결의안 투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자며 북한과의 접촉을 지시하고 이를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이를 부인하자 이번에 송 전 장관이 “청와대에서 만든 메모”라며 반박 문건을 공개한 것이다.
Q : 문건은 뭔가.
A :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에서 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문서에 찍힌 로고는 청와대 마크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안보실장이 20일 저녁 6시30분에 접수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이 서류 밑에 적혀 있다.”
Q : 본인 글씨인가.
A : “내 것은 아니다. 백종천 외교안보실장 글씨로 생각된다.”
Q : 당시 상황은.
Q : 결의안에 찬성하자고 한 까닭은.
A : “유엔에서 외교부가 북한 측과 접촉한 내용을 보니 그쪽은 우리가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에 반대는 하나 그렇다고 극렬하게 반발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찬성하자고 했었다.”
Q : 책 발간 후 문 후보 측에서 강력히 부인했는데.
A : "내 책이 언론에서 문제 되기 전 문 후보 측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 나는 ‘당시에는 나라 생각하는 충정에서 그렇게 했지만 지금 보니 물어보고 할 건 아니었다고 문 후보가 말하는 게 맞다’고 했다. 전화 기록도 다 있다. 하지만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문 후보가 내 책의 신빙성 문제를 제기해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Q : 저서의 신빙성에 자신 있는가.
A : "나는 업무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수첩에 적어놓는 사람이다. (수첩을 꺼내 보이며) 이런 수첩이 수십 권 있다. 그리고 책을 쓸 때 포스트잇으로 작성한 메모가 1000개 이상이었다. 신문 기사도 참고를 한다.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책을 쓴 것이라 틀림없다.”
Q : 문건 공개 배경은.
A :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문 후보가 대선 토론 등에 나와 계속 부인만 하니 어쩌겠는가. 문 후보는 자신의 이야기가 잘못됐었다고 해야지 사실을 싹 깔아뭉갤 일이 아니지 않으냐. 이처럼 확실한데 어떻게 역사에 눈을 감고 있을 수 있나.”
Q : ‘송 전 장관도 나중에는 기권에 동의했다’는 주장도 있다.
A : "문 후보가 여러 방송에서 ‘내가 북한 반응을 확인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또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다 동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동의했다면 이렇게까지 될 리 있겠는가.”
Q : 문 후보가 정확히 기억 못할 수도 있지 않은가.
A : “청와대에서 안보조정회의를 네 번이나 해 기억 못할 일이 아니다. 의견이 갈리면 대통령에게 내는 보고서에는 병기를 하기 마련이다. 안보조정회의는 의결기구가 아니므로 의견을 조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나는 병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는 ‘왜 그런 부담을 대통령께 드립니까’라고 했다. 지금의 한국이 가장 어려운 상황 아니냐. 그럼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밑에서 정해주는 대로 하겠다는 얘기인가.”
Q : 북한에 물어보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했나.
Q :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고 보나.
A : "책의 내용은 대체로 노 대통령의 외교안보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일부 방법론 상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철학이 틀려서가 아니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아무리 방향이 맞아도 방법이 틀리면 아닌 거다.”
Q : 그간의 심경은.
A : "내 책의 온전성도 보존해야 하지만 내 책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들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두 사안이 양립할 수는 없다. 문 후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본인의 리더십도 인정받고 내 책은 제대로 된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책이 나왔을 당시 새누리당도 ‘북한과 내통했다, 결재를 받았다’는 둥 지나치게 공격한 느낌이 없지 않다. 자신의 결정을 인정하더라도 얼마든지 이를 정당화할 수 있었을 텐데 도리어 내 책을 공격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본다.”
Q : 일각에서 정치적 의도로 책을 낸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A : “9·19 공동성명이 2005년에 있지 않았느냐. 2015년이 10주년이라 이때에 맞춰 회고록을 내려 했다. 하지만 대학 총장으로 일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려 지난해에 낸 것뿐이다.”
Q : 너무 일찍 낸 것 아닌가.
A : “미국의 외교를 담당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크리스토퍼 힐, 로버트 게이츠 등은 은퇴 후 2~3년 만에 회고록을 썼다. 최소한 한국 외교부 장관이 우리 문제에 대해선 이 사람들보다는 더 치밀하게 기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인들이 쓴 책만을 읽고 그쪽 시각에 빠지게 된다.”
Q : 19일 대선 토론을 보고 난 느낌은.
A : “두 가지였다. 잘못된 것을 피하기 위해 정교하게 준비를 했거나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말에 마취가 됐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딴소리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있는 그대로 말하면 내용이 바뀔 수 없다. 자기가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걸로 착각할 수도 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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