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죽음이라는 문제를 실제로 맞닥뜨리고 나니

장백산-1 2017. 4. 19. 19:56

죽음이라는 문제를 실제로 맞닥뜨리고 나니 


[문] 죽음이라는 문제를 실제로 맞닥뜨리고 나니 그동안 공부한 것이 아무 힘도 쓰질 못했습니다. 


[답] 지금까지 여러분의 공부가 얼마나 건성건성이었나 하는 반증이오. 그렇게 생사 문제가 늘 

궁극의 문제로 제기된다는 것은 살고 죽는 문제가 인간에게 있어서 그만큼 큰일이라는 소리요.

하지만 살고 죽는 문제가 아무리 큰일이라도, 그동안 ‘내’가 누려왔던 이 세상이 한 순간 몽땅 끝나
버린다는 등골이 서늘한 죽음에 대한 생각도 오직 마음뿐임을 알아야 하오. 죽는 것이 
아무리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해도 전부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은 것이니, 하나도 

둘도 어서 그 꿈에서 깨어나는 일만이 쉬지 않고 몰아치는 감내하기 어려운 온갖 세상사로부터 단박에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거요. 


살고 죽는 것은 바다와 물결과의 관계와 같은 것임을 잊지 마시오. 비록 바다위에서 일어나는 물결이 

천파만파 온갖 모양으로 결친다 해도 바닷물의 본질은 늘 물 그대로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오. 그 천 갈래 만 갈래의 물결 중에 하나의 물결만 꼭집어서 보면 물결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다 전체로 보면 제 아무리 무수한 물결들이 일었다 잦았다 해도 물결이 전혀 생겨

나는 일도 없고 물결리 사라지는 일도 전혀 없는 거요.


이런 바다와 물결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삶과 죽음, 성공과 실패, 흥함과 망함 등의 전혀 대립적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사실은 전부 다 텅~빈 한바탕, 즉 텅~빈 한마음에 의지해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오. 천갈래 만갈래 물결이 오직 물에 의지해 생겨나고 사라지듯이. . . 그런데 어리석게도 여여부동(如如

不動, 무시무종으로 한결같아 움직임이나 변화가 없음)하고 生과 死라는 분리 분별이 없는 없는 그 텅~빈

한바탕, 마음을 등져서 한마음을 보지 못하고 단지 한마음 그 위에 나타난 온갖 허망한 그림자를 취해서 실체로 오인하고 집착함으로써 지금 여러분 눈앞에 펼쳐진 온갖 시시비비, 생로병사가 있게 된 거요. 


생과 사, 고와 락(苦樂), 선과 악(善惡) 등 일체의 분리 분별된 모습, 차별된 모양들은 모두가 그 근본이 

참된 하나, 텅~빈 한바탕, 텅~빈 한마음를 여의는 것이 아니오. 겉보기엔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이 이어

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여여부동하고 불생불멸의 체 자리는 늘 적막해서 미동도 없는 것이 진실이오.

물결이 물로 돌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수속이나 절차나 방법이 필요 없듯이 그저 어서 이게 ‘나’라는 생각 

훌쩍 거두고 나면 아무 일도 없는 거요. 이 몸(肉身)은 끝끝내 환화공신(幻化空身, 허깨비 신기루 물거품 

그림자 같은 것으로 나타난 텅~빈 몸)일 뿐이오. 사람의 죽음은 마치 허공에 피었던 허공꽃이 그 모습을 

추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오.

 

[현정선원 법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