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다자구도 대선이 남긴 것

장백산-1 2017. 6. 10. 00:57

세계일보

[기자가만난세상] 

다자구도 대선이 남긴 것

홍주형 입력 2017.06.09. 20:45 수정 2017.06.09. 20:48



막 연두색 물이 들었던 5월의 새 잎은 초여름의 녹색이 됐다. 취임 한 달, 문재인정부는 인사부터 조직, 주요 국정과제까지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기치로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인사 논란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대한민국은 모처럼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 있다. 국정운영 지지도는 9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82%(7, 8일 조사·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를 기록했다. 유권자 77.2%가 투표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은 41.1%였다. 그를 뽑은 국민의 약 두 배가 대통령을 믿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모처럼 출현한 다자구도 선거였다. 후보의 개인적 매력도 득표율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대체로 후보 5명의 득표율은 현 시점에서 국민이 바라는 가치를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원하며 문 대통령을 지지한 41.1%의 열망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었다.

홍주형 정치부 기자
하지만 보수우파의 건재함을 보여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자(24%), 산업화·민주화 세력 모두와의 결별을 바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자(21.4%), 합리적 개혁 보수 세력 구축을 원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지지자(6.8%), 이번에야말로 타협 없는 선택을 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지지자(6.2%)의 존재도 뚜렷했다. 이들을 합치면 문 대통령 득표율을 뛰어넘는다. 양자구도 대결이라면 드러나지 않았을 다양한 정치적 요구가 분출된 것이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대선은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의 게임이다. 비교적 다양한 결과가 나오는 지방선거나 총선과는 달리 대선 뒤 승자가 아닌 4명은 득표율과 상관없이 모두 패자가 됐다. 국정운영의 주도권은 41.1%를 득표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모두 돌아갔다.

문 대통령의 201개 공약은 주요 국정과제가 되어 국정기획자문위에서 토론을 거쳐 현실정책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고민을 거쳐 만들어진 다른 후보들의 공약은 대다수가 버려지거나 보류된다. ‘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한 여당이 5당 공통공약을 우선 추려내기로 했지만, 4명의 ‘패자’에게 투표한 이들이 문 대통령과 같은 공약을 보고 그들을 뽑지는 않았을 것이다.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도 섬기겠다”고 한 문 대통령은 내각 인사청문회 국면부터 여소야대 다당제 국회의 녹록지 않은 환경을 실감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여당과 문 대통령이 돌아봐야 할 것은 58.8% 국민이 뽑은 4명의 패자가 어떤 다른 가치를 갖고 있는지다.

문 대통령이 공공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중소기업 임금 보전을 통해 민간 일자리 창출을 보조하겠다고 한 안철수 후보, 건강보험 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원으로 공약한 문 대통령과 달리 본인부담률 목표를 20%로 설정한 유승민 후보의 공약을 곱씹어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각 후보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한 번씩 큰 화두를 던졌고 그들이 문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은 58.8%의 국민이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패자의 승복 위에 세워진 새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화두를 한 번씩 돌아봐야 하는 것은 다자구도 대선이 훨씬 다채로워진 우리 정치지형을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홍주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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