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들, 박근혜 재판서 증언거부권 행사한 '진짜 이유'

[단독]

삼성 임원들, 박근혜 재판서 증언거부권 행사한 '진짜 이유'

구교형 기자 입력 2017.06.28. 11:03 수정 2017.06.28. 11:07

박근혜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법정에 선 삼성그룹 임원들이 검찰 조사에서 삼성의 최순실씨(61·구속 기소) 딸 정유라씨(21)에 대한 독일 승마훈련 지원 과정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 임원이 한결같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드러내봐야 종국적으로는 자신들의 재판 결과에도 이익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단 사장(64·불구속 기소)은 작년 2016년 말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최순실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정유라 후원 요청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63·불구속 기소)에게 설명했다”면서 “이후 장충기 전 사장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말이 신빙성 있는지 따져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 사고가 나지 않게 잘 진행하라’는 식으로 박상진 전 사장에게 말해 사실상 지원을 허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충기 전 사장은 박상진 전 사장의 진술에 대해 “그에게 그런 말을 한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8월26일 최순실 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총 213억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삼성에서 마필 구입비 등으로 77억여원이 지출됐다. 이같은 금전적 지원은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2015월 7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한 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단독 면담 직후 박상진 전 사장이 독일에 직접 가서 최순실씨의 ‘심복’인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났고 그 후 삼성의 지원이 성사된 것이다.

박상진 전 사장은 검찰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비선 실세’라고 불리는 최순실 씨의 정체를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에서 박원오 전 전무로부터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을 요청받고 귀국해 장충기 전 사장에게 그 상황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충기 전 사장은 “특별히 그런 설명을 박상진 전 사장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잡아뗐다.

장충기 전 사장은 검찰에서 ‘정유라에 대한 해외 전지훈련 지원 프로그램을 박상진 전 사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느냐’라는 질문에 “예,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논의는 거쳤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제가 말하는 것은 삼성 그룹 차원에서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아라면서 “박상진 사장이 삼성전자 자금 집행 부서와 논의해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말”이라라고 부연했다.

이재용 산성 부회장은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을 사후에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에서 “제가 최근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66·불구속 기소)과 장충기 사장과 점심 식사하는 자리에서 언론에 보도된 삼성전자의 정유라에 대한 독일 승마훈련 지원 건에 대해 물어보니 두 사람 모두 ‘서두르다가 문제가 생겼다’라고 말하면서 자세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고 말했다. 장충기 전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진술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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