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벌에 면세점 특혜 주려 조작을 일삼은 박근혜 정부
입력 2017.07.11. 21:10
[경향신문]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면세사업자 선정 감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면세사업자 선정업무를 맡고 있는 관세청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평가항목에 대한 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하거나 자료를 왜곡해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7월 선정과정에서는 점수를 부당하게 주어 호텔롯데를 탈락시키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뽑았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롯데월드타워점 대신에 두산을 선정했다. 그러더니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규특허 지시에 따라 ‘외국인 적정 구매고객수’를 줄이는 등 자료를 왜곡해 호텔롯데 등 4곳을 선정했다.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본연의 책임을 망각하고 협잡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면세점 사업은 중국관광객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이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특히 2015년에는 신규면허 허가가 예정돼 있고, 롯데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의 면세사업 특허기간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대기업들이 특허권에 사활을 걸 상황이므로 담당 공무원은 살얼음 위를 걷듯 신중히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반대였다. 특혜 주기 조작에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퉈 가담한 것이다. 당시에도 ‘선정기준이 모호하다’ ‘특정기업을 도와준다’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다. 그런데 역시 감사 결과, ‘서울시내 면세점 수를 늘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관세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사실이 드러났다. 천홍욱 관세청장은 면세점 선정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은폐한 사실도 발각됐다. 누더기가 된 국정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공무원의 행태는 공복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거대한 농단비리의 공범이었다. 감사원의 고발로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청와대의 외압, 관세청 직원과 기업 간 커넥션, 심사과정의 의혹 등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천 관세청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관련자들을 수사요청했다. 이제 검찰은 면세점 특허 관련 비리 전반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관세청의 면허특허에 비리가 개입할 소지가 없도록 개선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면세점 특허권을 국가가 계속 틀어쥐고 관리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히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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