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걸식과 가섭

장백산-1 2017. 7. 28. 01:20

걸식과 가섭 - 하

출가자 스스로 불자의 복전이라 여기면 ‘소승’


“‘대가섭님, 먹는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걸식을 해야 하며, 텅 빈 마을이라 생각하고 마을에 들어가야 하며, 여러 가지 물질과 모양을 보더라도 장님 같이 대해야 하며, 소리를 듣더라도 메아리처럼 들어야 하며, 냄새를 맡더라도 바람과 같이 맡아야 하며, 음식을 먹을 적엔 맛을 분별하지 아니하고, 몸의 감촉은 지혜를 닦는 방편으로 삼아야 합니다. 


모든 법은 마술과 같아 자체의 성품도 없고 남의 성품도 없어 있다고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한 그릇 밥으로 일체의 중생과 부처와 성인들께 먼저 공양한 뒤에 먹어야 하며, 당신께 밥을 베푼 이는 큰 복도 작은 복도 없으며, 이익도 손해도 없는 것이어서 불도에 들 수 있는 것입니다. 대가섭님 이렇게 밥을 먹어야만 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므로 저는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습니다.”


출가자가 불자에게 보시 받을 때  평등심 잃고 보시 집착하면 잘못
보시 주고받는 자 모두 空한 존재  분별 안 일으키는 게 부처님 가르침

사람들은 종종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만큼 먹는 문제가 사람의 몸을 살아있게 하는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먹기 위해 산다는 쪽보다는 살기 위해 먹는다고 대답해야 옳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거나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는 말도 다 살기 위해서는 먹을 수밖에 없음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음식에 대해 살기 위한 차원에 머물지 않고 맛에 대한 탐욕과 집착으로 이어져 먹는 일을 삶의 재미로 삼는다. 늘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이 생활화 되었다.

그렇지만 살기 위해 먹는 것도 아니고 먹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닌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출가 수행자들이다. 출가의 목적은 세속의 감각적 쾌락을 떠나 탐진치 삼독심에서 벗어난 열반의 실현이다. 이 때문에 출가 수행자들은 눈으로 좋은 모양 좋은 빛깔을 찾거나 귀로 즐거운 소리를 들으려고 찾아 다녀서는 안 된다.

이는 먹는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출가를 했으면 입맛에 맞는 음식을 구해서는 안 되고 몸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 음식이나 기꺼이 받아먹어야 한다. 출가 수행자들은 몸의 건강을 위해서, 살아 있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음식으로 몸을 유지시키고 깨달음을 실현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가섭존자의 경우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철저하게 두타행을 했다. 불교에서는 재가신도들이 출가 수행자에게 음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수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보시하면 큰 복과 이익을 얻는다고 가르친다. 더구나 가섭존자와 같이 수행력이 뛰어 난 출가 수행자에게 보시할 때 그 복과 이익은 더욱 크다고 말한다.

따라서 출가 수행자들의 마음에는 ‘나는 재가신도들의 福田’이라는 생각이 깃들어 있다. 출가 수행자들이 재가자의 음식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보시에 대해 자신감 있게 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재가불자들의 보시에 대한 출가 수행자들의 당당함이 정도를 넘어 재가불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경향도 있다. 재가불자의 보시에 평등심을 지니지 못하고 보시에 집착하는 모습을 띤다. 유마거사도 이 점을 지적한다.

출가 수행자는 세상과 사람의 일은 물론 일어나는 모든 것을 空으로 관찰해야 한다. 空의 본분에서는 실로 나라고 할 만한 주체도 없고, 남이라고 할 만한 객체도 없으며, 보고 듣고 아는 바가 모두 환(幻)과 같고 꿈과 같아서 실답지 못하다.

空의 바탕 여기에는 출가니 재가니 하는 분별도 없으며, 보시를 받는 자와 보시를 행하는 자의 구분이 없다. 일체가 인연으로 일어난 허깨비의 모습이므로 복이니 공덕이니, 손해니 이익이니 하는 사량분별이 달라붙지 못한다. 비록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지만 이 空한 이치(空理)에는 마을에 들어간 적도, 사람을 만난 적도, 밥을 얻은 적도, 먹은 적도 없다. 

바로 이렇게 한 그릇의 음식을 받아도 이러한 마음으로 음식을 받아야만 이것이 일체의 중생과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먹는 음식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출가 수행자가 자신들은 신도들의 복전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음식을 받으면 소승의 성문법이며, 일체가 공하여 어떤 분별도 일으키지 않고 음식을 받아야 부처님의 법이 된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