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권력과 주류언론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손석희 입력 2017.08.22. 22:11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금남로 1가 1번지. 10층짜리 낡은 콘크리트 빌딩인 전일빌딩은 지켜보았습니다. 바로 건너편 옛 전남도청에서 마지막을 버티던 광주 시민들의 모습.
전일빌딩은 그때의 흔적을 온몸에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생생한 총탄의 흔적들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그 총알들이 "헬기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추정" 된다고 말했고, 철거 위기에 놓였던 전일빌딩은 사적으로 지정되어서 그날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헬기가 군중을 향해 사격할 때 남편이 사진을 찍었고 나도 함께 보았다."
참극의 현장을 지켜보았던 사람들과 함께 전일빌딩은 1980년 5월의 그날을 지켜본 목격자로 세상에 남겨질 것입니다.
"영화 중 카메라가 깜빡깜빡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바로 김만섭의 시선이다. 이것이 현실인가… 꿈인가…"
배우 송강호는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 흐릿한 눈을 비벼가며 그가 마주한 현실은 국가권력에 구타당하는 학생 시민들.
이것은 단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우리가 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비극의 현대사였습니다.
베트남전 경험이 있었던 당시 쿠테타 군부 실세들이 광주 시민들을 마치 베트콩처럼 다뤘다던…미국 국방정보국 비밀문서를 작성한 목격자들 역시 1980년 5월 18일 당시의 참혹함을 그대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스룸이 어제(21일) 만난 또 다른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도시를 향해 투하할 폭탄과 고성능 기관포를 장착한 채 출격 명령을 기다렸다는 공군 편대장. 그는 작전지역이 어디인지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 작전은 북한을 향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37년의 긴 세월을 돌아서 그가 침묵의 빗장을 열었던 이유였습니다.
"한 편에는 가공할 힘들이 버티고 있으니 돈, 정치권력, 주류 언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세계의 민중들이 있고 돈과 무기보다 더욱 강력한 힘. 곧 진실이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말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우리는 또 한 사람의 증인을 만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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