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돈봉투 마련하고, 정윤회 동생 영입하고.. '창조경제 기린아' 김성진

장백산-1 2017. 8. 25. 00:39

[단독] 

돈봉투 마련하고, 정윤회 동생 영입하고.. 

'창조경제 기린아' 김성진

강준구 문동성 고승혁 기자 입력 2017.08.24. 18:07 수정 2017.08.24. 21:35




기술력보다 로비에 치중?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2013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서울 모처에서 만나 찍은 사진(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11월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40주년 기념식에서 김 대표와 함께 아이카이스트의 터치스크린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가운데). 오른쪽 사진은 정윤회씨가 아이카이스트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 시기와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이카이스트 내부 자료 및 투자자 A씨 제공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대표 주자였던 아이카이스트의 내부 자료를 살펴보면 각종 로비 정황이 다수 발견된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2013∼2016년 김성진(33)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일정표, 메신저 업무지시 대화록, 김선진 대표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 및 사진 파일 등을 보면 김성진 대표는 이명박 ·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 · 관계 인사 70여명을 170여 차례 만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2013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나 찍은 사진이 그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다. 대기업 회장을 비롯해 재계 · 금융계 인사 20여명(100여 차례), 언론사 간부 · 기자 20여명(50여 차례)과도 만난 것으로 나타난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일부 모임에 앞서 거액의 현금을 가져오도록 주문했다. 아이카이스트 계열사 계좌에서 운전기사 계좌로 이체한 뒤 봉투에 담아오도록 지시한 것이다. ‘100만원권 수표 9장, 10만원권 수표 10장’ (2014년 9월 18일), ‘700만원 5만원권으로 준비하되 500만원 1개, 200만원 1개로 나누어 준비’(2015년 1월 30일), ‘1000만원권 수표 1장, 100만원권 수표 3장, 10만원권 5장’(2015년 12월 10일) 등 10여 차례 현금과 수표를 준비한 상황이 나온다.

마오타이 15년산(당시 250만원), 킹조지 5세 조니워커 블루라벨(당시 115만원) 등 고급 양주도 준비시켰다. 청와대 시계 남녀용 세트도 자주 선물했다. 청와대 시계를 구해줬다는 정치권 인사는 24일 “당시 새누리당 보좌관 소개로 김성진 대표를 만났는데 청와대가 시계를 구하고 싶어해 공장을 연결해줬다”고 말했다. 700만원을 준비한 2015년 1월 30일에는 모 대기업 비서실장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내부 자료가 담긴 외장하드에는 10억원짜리 수표 9장, 1억원짜리 수표 10장 등 100억원 수표 위에 김성진 카이스트 대표 명함을 올려놓고 찍은 사진도 있다. 수표 용처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파일명에는 김 성진 아리카이스트 대표의 또 다른 회사에 투자했던 한 중견기업 회장 이름이 적혀 있다.

아이카이스트 관계자는 “우리 기술력은 호평을 받았지만 김성진 대표는 자꾸 정치권 쪽으로 힘을 썼다”고 전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투자자 A씨와 만나 “상대가 1억원 요구했는데 저는 더 빨리 하기 위해서 ‘1억이 뭐야 5억 줄게’ 오버해서 일을 했다”고 말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중동 진출 사업을 돕던 브로커 K씨가 검찰에 구속되자 그 당시 청와대에 민원을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2015년 5월 중동 사업자에게 “K씨를 위해 최고의 변호사를 2명 선임했다. 2015년 당시 대통령이 계신 청와대에도 부탁했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2015년 6월에는 당시 여당 재선 국회의원 아들을 전략기획실 인턴으로 채용했다. 그는 수행비서에게 “국회의원 자제분이 인턴 차원에서 활용할 방이 필요하다. 사용할 숙소도 의원님 쪽에 안내해드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윤회씨의 친동생인 정민회씨를 2014년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정윤회씨를 만나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지난해 1016년 8월 정민회씨를 해고한 후 A씨와 만나 “정민회 부사장을 통해서는 일이 안 되니까 (정윤회 씨를) 직접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지난해 2016년 3월 16일 투자자 A씨에게 “(정민회 · 정윤회) 두 분을 만나고 나왔다. 정윤회씨가 금융권을 움직여 주시기로 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도 보냈다. 다만 당시는 청와대 정운회 문건유출 파동으로 정윤회 씨가 권력 외곽으로 밀려다는 평가를 받던 시기다. 정윤회 씨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도와 줄 여력이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김선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구속 기소한 대전지검도 지난 해부터 올해 초까지 김성진 이카이스트 전 대표의 로비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집중 조사를 벌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성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현금을 모두 내가 사용했으며 행방을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실패한 로비에 그쳤거나 김성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사기 행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170억원대 사기, 300억원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한 탈세, 교도관 매수 등 혐의로 구속된 김성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1심 선고는 2017년 8월 10월쯤 이뤄질 예정이다.

카이스트 석사 출신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전 대표는 2008년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을 받으며 세상에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청소년분과위원장 등을 지냈다. 2011년 자본금 3억원으로 카이스트 최초로 자회사인 (주)아이카이스트를 만들었다.

강준구 문동성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