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특검의 손을 들어준 이재용 1심 선고…삼성, 신뢰회복노력 절실
- 2017-08-25 18:05
- CBS노컷뉴스 구성수 논설위원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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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결과는 세인의 예상과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는 25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밀접한 유착"이라며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정경유착이 과거사가 아닌 현실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상실감은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삼성이 건넨 돈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고자 건넨 '뇌물'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비슷한 시각이다.
특검도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특검이 기소한 5개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개별 혐의 가운데 사실관계에 따라 인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 형량은 5년으로 낮췄다.
이번 재판에서 어떤 선고가 내려질지는 선고 직전까지 불투명했다.
특검과 삼성이 지난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서 승패를 알 수 없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삼성은 최강의 변호사진을 내세워 최순실씨측에 돈을 건넨 것은 강요에 따른 것이고 특검이 반대급부로 판단한 경영권 승계작업 역시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라며 강력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삼성의 돈이 경영권 승계작업에서 대통령의 도움을 바라고 제공한 대가성 뇌물이라고 특검의 손을 들어주면서 특검과 삼성의 긴 혈투를 마무리지었다.
이번 1심 선고는 국정농단사건의 중요한 한 축인 뇌물공여부분과 관련해 사법부가 내린 첫 판결이다.
특검으로서는 국정농단사건의 큰 그림을 제대로 그렸다고 사법부로부터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유죄로 판결난 만큼 그림의 또 한축인 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선고는 국정농단사건 이후 시대적인 각성과 요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국정농단사건에 촛불을 든 국민들은 수십년이 지나도 되풀이되는 정경유착에 분노했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 속에 정권교체까지 이뤄냈다.
재판부가 이러한 국민들의 분노와 열망을 저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선고가 내려졌지만 이것으로 공방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측 변호인은 "1심은 법리판단, 사실인정 모두에 대해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천명했다.
특검팀도 "항소심에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 잡힐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로 볼 때 양측의 공방은 대법원에서 최종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측으로서는 억울한 점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한 점이 있다고 호소해도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삼성측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삼성은 한 때 대한민국에서 신뢰의 상징이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IMF외환위기가 난 다음 97년 삼성자동차 투자 때문에 삼성그룹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돌았다. 그 어려운 때도 삼성이 '우리는 그런 기업이 아니다'라고 말해서 잠재웠다. '은행은 안 망한다'는 은행의 말은 안 믿었어도 삼성의 말은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서 누구도 삼성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신뢰가 땅에 추락한 계기는 2,000년에 불거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사건'이다.
이 사건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1996년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한 뒤 이재용 부회장에게 배정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삼성은 막대한 세금을 물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의 길을 열었지만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그 연장선장에 있는 사건이다.
삼성이 아무리 경영권승계와 무관한 것이라고 항변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합병에 찬성한 것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부당개입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삼성의 항변을 약화시킨다.
이미 다른 재판부에서도 정부가 부당하게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락한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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