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변호사님, 아니 이경재 검사님, 저 기억하십니까? 30년 전 이경재 검사님이 수사하여 기소했던 서울대 학생 전상훈입니다.
이경재 변호사님, 국기문란의 주역을 변론하는 어려운 일을 맡으셨군요. TV를 통해 기자회견하는 변호사님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30년 전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런데 변호사님, 스무살 정유라가 세월의 풍파를 견뎌낼만한 나이가 아니라고요?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이해할 만한 아량이 있지 않냐고요?
그런 아량이 넘치는 분께서 어떻게 1980년대 스무살 대학생 전상훈을 비롯해 수백명의 대학생들을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위반으로 인정 사정없이 구속하는 공안검사로 명성을 떨치셨습니까?
30년 전 푸른 수의에 오랏줄에 수갑을 차고 검사실에 들어섰을 때, 고향 대구 선배에 대학 선배라고 아는체 해주시는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좋은 대학 나왔으니 출세해서 세상에 이름을 남겨보라는 그 ‘주제 넘는’ 훈계에는 당시에도 구역질이 나서 참기 어려웠습니다. 그 시대가 유신독재와 군사독재에 부역하던 공안검사가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대학생을 그런 식으로 훈계할 자격이나 있던 시대였습니까?
유신 시대에 검사가 되어 전두환 노태우 정권 내내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분이 지금은 대한민국의 국기를 뒤흔든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활약하고 계시는군요. 그 어떤 범죄자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기에 이 변호사님께서 최순실 일당의 변호를 맡은 것에 대해서는 비난할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원성이 자자한 피의자에 대해 변호인이랍시고 인정과 도량을 이야기하는 건 역겹습니다. 최순실과 정유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정유라의 전 지도교수 이화여대 함 모 교수님, 정유라와 함께 수업을 들은 이화여대 학생들, 그리고 정유라가 재학한 청담고 교사와 학생들의 고통을 아신다면 이 상황에서 함부로 인정과 도량을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오직 법률기술자인 당신이 자랑하는 법률 지식으로만 의뢰인의 형을 감경시키는데만 몰두하십시오.
역사적 사건의 증인이 되셨으니 모쪼록 진실에만 의거하여 최순실 일당을 변론하시기 바랍니다.
쌀쌀한 날씨에 건강 유의하십시오. 훗날 뵙게 될 때는 소주 한 잔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상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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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변호하고 피의자가 변호받는거야 인권 문제니 어쩔 수 없다치지만 저런 인간이 저딴 발언을 하는건 토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