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코멘터리]
12년만에 다시 시도 '4성장군 서열 하향조정'
박성진 기자 입력 2017.10.09. 13:08 수정 2017.10.09. 13:17
[경향신문]
장관급 대우를 받고 있는 군 4성 장군(대장)을 차관급으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나왔다. 현재 4성 장군은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육군 1 · 3야전군사령관, 2작전사령관 등 8명이다. 국방장관을 포함해 장관급이 9명이나 되는 부처는 국방부가 유일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9일 4성 장군의 장관급 예우 근거가 되는 국무총리 훈령 제157호 ‘군인에 대한 의전 예우 지침’을 폐지하고 대장을 차관급으로 예우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4성 장군이 국방부 차관 보다 서열이 높은 것은 군사정권의 ‘적폐’라는 주장이다.
대장 계급에 장관급 예우를 하게 된 것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1980년 7월 29일 제정된 국무총리 훈령 제157호 ‘군인에 대한 의전예우 기준지침’ 훈령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이 훈령은 준장을 1급으로 예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지침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소장은 준차관, 중장은 차관, 대장은 장관 대우를 받아왔다. 정부는 일반직 공무원과 비교해 군인의 서열이나 호봉 같은 것을 정할 때 이 예우지침을 적용해 왔다. 그 결과 군인들에게는 일반 공무원보다 두직급 높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
장군의 수를 따져보면 육·해·공군에만 고위 공무원이 440여명이나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5·6공 당시에는 소령이나 중령 출신들이 이 규정에 따라 일반 부처의 국장급 직위인 비상기획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 지침은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진압한 전두환 신군부가 군을 회유하고 집권기반으로 삼기 위해 법령이 아닌 총리훈령으로 편법적으로 제정한 것”이라면서 “전두환이 철권통치를 위해 만든 훈령을 근거로 민주화 시대 군의 예우가 결정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에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 의원의 입법조사요구에 대한 답변에서 대장을 장관급으로 예우하면서 지휘 체계상 2순위인 국방차관이 의전 서열 10위로 밀려났다며 법령 개정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휘 체계 상 서열과 예우기준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국군조직법을 개정해 차관의 권한을 명확히 하고, 합참의장 및 각 군 참모총장 등 대장급 장교를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조정해서 예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방차관의 서열은 원래 국방장관에 이어 군 서열 2위로 합참의장보다 앞섰다. 국방차관 서열은 12·12 사태 이후 신군부 시절 격하됐다. 1980년 6월18일 개정된 ‘군 예식령’ 예우표에서 예포 발사 수를 보면 대통령 21발, 장관과 대장 19발, 차관과 중장 17발이다. 차관은 군에서 10번째 의전 순위를 갖게 되는 셈이다. 정부 의전편람도 여기에 근거해서 군내 의전서열을 장관,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대장, 차관 순서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제7조 2항을 보면 “차관 또는 차장은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며, 그 기관의 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의 경우 장관 유고시 대장보다 서열이 낮은 차관의 군령권과 군정권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정부는 2005년 당시 국무총리 훈령 제157호를 폐지하고, 군인도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 만큼 대장을 1급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이는 대령의 경우 2급 이사관 예우를 받으면서도 업무는 과장급 업무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실제로 국방부에서는 3급 부이사관 예우를 받는 중령이 서기관급 과장 아래서 근무할 수도 있 다. 군에서 소령은 4급 서기관, 대위는 5급의 예우를 받는다.
군무원 급수도 호칭이 일반직 공무원보다 2단계 높다. 일반직 공무원 사무관에 해당하는 군무원을 부이사관으로 부르는 식이다. 이는 군인들이 군무원으로 신분을 전환하는 경우 현역시절 직급에 맞춰준 것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12년 전 국무총리 훈령 제157호의 폐지 시도는 국방부가 “군의 사기를 꺾는 조치”라고 반발해 무산됐다. 군이 당시 내세운 논리는 가뜩이나 군 간부들이 진급적체에 시달리고, 외부의 군개혁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예우까지 없애 구태여 사기를 꺾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는 군인 예우지침이 37년이나 된 오래된 훈령이기 때문에 아예 법령화해서 법으로 정하든가, 아니면 현실에 맞게 재검토해서 훈령을 재발령하겠다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때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국무총리 훈령 제157호의 폐지가 ‘참여정부 2.0’ 격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박찬주 육군 대장의 ‘갑질’ 사례도 훈령 폐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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