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이버사 수사 직전 문건 파기.."삭제 안 하면 다 죽어"
김준영 입력 2017.10.10. 20:40
"3년 전 국가권익위에 제보했으나 묵살"
사태 악화되자 조직적 꼬리 자르기 정황
이태하 전 심리단장 "약속과 다르다" 불만
이명박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른바 '댓글 부대'를 운영하며 2012년 총선ㆍ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2013년 국방부 자체 조사 당시 ‘윗선’의 지시로 관련 문건을 모두 파기한 뒤에 군 당국의 수사가 시작됐다는 내부자 증언이 나왔다. 그는 정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뒤 조사 담당자가 먼저 사이버사령부에 방문해 대책을 논의했고, 압수수색 일정도 사전에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군 검찰은 군의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은 윗선의 개입 없이 이태하(64) 전 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530 심리전단 단장의 독단적 범행이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때 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530 심리전단의 간부였던 현역 영관급 장교 A씨는 최근 증거 은폐와 수사 방해 의혹을 김영수(49) 국방권익연구소 소장과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이철희(53)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보했다. 중앙일보는 김 소장으로부터 A씨가 건넨 제보 문서를 입수했다.
김영수 소장은 “앞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으로 근무하던 2014년 7월에도 A씨로부터 이 내용을 제보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관련 부서에 알려줬으나, 담당자로부터 ‘권익위가 살아있는 최고 권력인 청와대를 상대로 싸울 수 없지 않으냐. A씨가 권익위에 신고하지 않도록 잘 설득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가 김 소장과 이 의원에게 한 주장에 따르면 2013년 9월 군 사이버사령부가 2012년 대선과 총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군이 조직적인 은폐ㆍ축소 작업을 벌였다.
A씨에 따르면 이 전 단장은 각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 삭제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는다”며 서버ㆍ문서ㆍ동영상 등 모든 자료를 파기하라고 세 차례 이상 지시했다. 동영상 중에는 김관진(68) 당시 국방부 장관이 530 심리전단 신입 요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영상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이 전 단장이 예하에 있던 4개 부대 중 웹툰과 영상을 만들어 사이버전에 활용하던 3대를 없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530 심리전단은 1ㆍ2ㆍ3ㆍ4대로 구성돼 있었다. 1대는 국내정보, 2대는 대응작전, 3대는 웹툰ㆍ영상 제작, 4대는 해외정보로 담당 영역이 구분돼 있었다. ‘댓글 작업’은 2대가 주로 맡았고, 야간에는 고유 업무와 상관없이 모든 대원들이 댓글 작업에 투입됐다.
서울 중앙지검이 지난달 압수한 이 전 단장과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과의 통화 녹취록(2014년 7월 통화)에도 이러한 정황이 담겨있다. 녹취록에는 이 전 단장이 “부하들이 뭐가 죄가 있냐. 내가 시킨 것이지. 그것이 내가 시킨 것이냐, 장관이 시킨 것이지. 일을 시킨 김태영, 김관진 장관이 잘못한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A씨 주장에 대한 이 전 단장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으나 응답이 없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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