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뿌리 역사를 찾아서!!!

“육사의 뿌리는 신흥무관학교”

장백산-1 2017. 12. 21. 07:30

육사 이례적 학술대회 “육사의 뿌리는 신흥무관학교”

박성진 ·정희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ㆍ“국군은 일본군 출신이 주도해 만든 것 아니다” 역사 재조명
ㆍ문재인 대통령 ‘광복군’ 발언 후 독립운동 계승 노력 보여

독립군 양성을 위해 만주 서간도 지역에 설립된 신흥무관학교 학생들의 영농작업 모습. 생도들은 공부하면서 농사도 짓는다는 경학사 방침에 따라 노동도 즐겁게 받아들였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독립군 양성을 위해 만주 서간도 지역에 설립된 신흥무관학교 학생들의 영농작업 모습. 생도들은 공부하면서 농사도 짓는다는 경학사 방침에 따라 노동도 즐겁게 받아들였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육군사관학교가 2017년 12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장교 양성기관이었던 신흥무관학교 등 육군의 역사를 재조명했다. 육사는 이날 “독립군·광복군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독립군 · 광복군의 독립전쟁과 육군의 역사’ 특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신흥무관학교는 항일 독립투쟁의 기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민족지사들이 1911년 6월10일 독립군 양성을 위해 만주 서간도에 설립했다. 1920년 폐교될 때까지 3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들은 만주 · 연해주 일대 항일독립투쟁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동안 육군사관학교가 독립군 · 광복군의 역사 계승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토론회는 이례적이다. 대한민국 국군 정통성을 독립군 · 광복군에서 찾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 육사의 뿌리는 신흥무관학교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신흥무관학교가 항일독립전쟁의 기틀을 마련하고 독립군 양성의 대표적 산실이었다는 점에서 ‘육군사관학교의 뿌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용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박사는 ‘신흥무관학교와 무장독립투쟁’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수많은 생도들이 독립군의 근간을 이뤘고 교관을 역임했던 인물들도 만주독립군, 광복군의 주축을 이뤘다”며 “청산리 전투를 수행했던 서로군정서와 북로군정서의 핵심 인물들도 신흥무관학교와 연결돼 있다”고 했다. 

박일송 육사 교수는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효시에 대한 연구’라는 주제 발표에서 “신흥무관학교 등의 무관학교들이 독립전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육사의 ‘정신적’ 정통성의 연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을 지낸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독립군, 광복군과 육군의 기원’ 주제 발표에서 국군이 광복군을 계승했다는 것을 두 군의 역사적, 인적 관계를 통해 설명했다. 한 교수는 “1948년 수립된 정부의 정통성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왔다는 점에서 볼 때 국군과 임시정부의 군대인 광복군을 별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국군은 일본군 출신들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미군정이 군대를 창설할 때도 주요 지휘부 자리에 광복군 출신들이 등용됐다고 했다. 그는 “미군정에서 국방부 장관 격인 통위부장을 맡은 유동열은 임시정부에서 참모총장을 지낸 인물”이라며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방부 장관을 맡은 이범석도 광복군 출신”이라고 했다.

백기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박사도 “신흥무관학교가 대한제국의 육군무관학교 졸업생을 중심으로 인적·물적 전통을 계승하고 다시 이를 대한민국 임시정부 육군무관학교에서 계승했다”며 “장교 양성기관인 육사의 교장 역시 광복군의 주요 간부인 최덕신 · 김홍일 · 이준식 · 안춘생 등이 연이어 부임했다”고 말했다. 백 박사는 “국군도 조선경비대 초기에는 광복군의 계급 체계와 명칭, 군 구조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했다. 

학술대회에는 윤경로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상임대표, 김용달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등 독립운동 연구 전문가와 학계, 육사 생도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 뒤늦게 뿌리 찾기 나선 육군 

육사가 신흥무관학교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육사는 물론 육군은 독립군 · 광복군의 역사 계승에 소극적이었다. 육군은 해 · 공군과 달리 독립군을 국군의 뿌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받아 왔다. 육군은 아직까지 1946년 5월 개교한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육사의 모체로 삼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일제강점기에 독립군과 광복군이 수행한 항일독립전쟁을 대한민국 국군 역사에 연계 · 편입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김완태 육사 교장(중장)은 “학술대회는 그간 묻혀 있던 독립군 · 광복군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