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Quo Vadis)
로마제정 당시 폭군 네로의 기독교도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던 베드로는 캄파니아 평원에서 밝은 빛
속에서 십자가를 등에 지고 자신 앞으로 걸어오는 예수의 환영(幻影))을 보게 됩니다. 거기서 예수 앞에
무릎을 꿇은 베드로가 예수에게 묻습니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 그러자
예수가 답했습니다. “네가 나의 양(羊)들을 버렸으니 내가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로마로 가려
고 한다.” 이 말씀을 듣고 크게 뉘우친 베드로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 그 곳에서 순교합니다.
어린 시절 TV에서 보았던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입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진리의 길, 길인
진리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뭉클한 깨우침을 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리의 이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베드로가 예수께 물었던 질문, 주여, 어디로 가시 나이까?를 자신에게
계속해서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진리의 길, 깨달음의 길, 평화의 길, 행복의 길로 가는 길은 어둡고, 불편하고, 부정적이고, 거북하고,
역겹고, 더러운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밝고, 편안하고, 긍정적이고, 친숙하고, 깨끗한 것들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 가득한 믿음과 용기, 그리고 사랑으로 자신이 등 돌리고 떠나왔던 바로 그곳, 어둡고, 불편하고
부정적이고, 거북스럽고,역겹고, 더러운 곳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가서는 거기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길입니다. 에고라는 자기는 죽고 진리로
다시 태어나는 길, 부활의 길입니다. 뜨거운 사랑, 눈물겨운 연민으로 자신은 물론 타인과 이 세상에
만연한 고통과 슬픔을 감싸 안고 하나가 되는 길입니다. 승리와 영광의 꽃길이 아니라, 내려놓음과
받아들임의 가시밭길입니다.
그대는 지금 어디로 가시나이까?
- 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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