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虛空)엔 말뚝을 박을 수 없다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 속에 목표를 정해놓고 단지 그 목표에만 빠져서 하루를 보내는 일이 많습니다.
각자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할 목표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그 계획을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계획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일터로 가고, 사람을 만나러 외출하고,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은행을 간다
거나, 무언가를 얻고 배우러 학교 학원 기술센터 등으로 갑니다.
어떤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그 목표를 생각하며, 그 목표를 실천하는데 빠져서 몰입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해가 다 가버립니다. 해가 지면 각자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듭니다. 다시 아침이
되면 어제와 다르지 않은 마음 가짐으로 다시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계획에 따라 그 일을 처리
하느라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이같은 일상의 삶도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엔 나쁜 삶과 좋
은 삶이 따로따로 분리 분별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는 일이 사람들 마다 각각 다르고, 당면한 문제가 다르며, 마음 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제각각입니다. 사람들 마다 자기 기준에 따라 어떤 것은 중요하고, 어떤 것은 심각하고, 어떤 인연은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삶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다양성(多樣性)은 사람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며 삶의 다양성은 아주 다채로운 모습으로
이 세상으로 드러나 사람들의 삶을 활기차게 합니다. 이 다양한 다채로운 세상, 삶이 내게는 행복일 수도
있지만, 남에게는 불행이 되기도 하고, 내게는 불행이지만, 남에게는 행복이 되는, 그 모든 것이 이 세상,
삶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삶은 풍성합니다. 삶은 활기찹니다. 삶은 매 순간 깨어있습니다. 다만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만
집착하는 마음이 없다면 말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각자의 마음에 비친 허깨비 환상 환영 같은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상(虛像)들이어서, 다양하게 펼쳐지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다양성(多樣性)이라는 분별 차별
그대로 다양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환상(幻想)인 이 세상, 삶은 내가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이 옳고 나머지는 옳지않아서 외면
하거나 멀리하려 하거나 제거해야 할 것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마음 속에 계획한 목표는 꼭 이
세상으로 실현되어야 하고, 그 계획과 목표에서 어긋난 일은 실현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우주대자연의
섭리에 맞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때로 계획과 목표에 맞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화를 낼 일이 아닙니다. 계획과 목표에서 어긋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그것의 인연(因緣)대로 여기서 일어나야 할 일들이고, 지금 꼭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인연(因緣)입니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 계획한 목표에만 푹빠져서 그 계획한 목표에만 몰두하는 대신
때론 계획했던 목표가 아닌 일에도 마음을 열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터를 향해서, 사람을 만나러, 볼 일을 보러 어딘가로 향하면서 꼭 그 일만 염두에 두지 마시고, 주변에
도 마음을 열어 보십시오.이 세상 모든 것에 마음을 열어두십시오. 계획에 없던 일이 일어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라는 밝은 믿음을 가져보십시오. 때론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에게도
마음을 열어보이시고, 요새 통 올려다 본 적이 없는 저 푸른 하늘에도 마음을 열어보이십시오.
내가 원하는 일, 내가 계획한 일만 내 마음 속에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닌 모든 것에 마음을 열어
두는 여유를 가져보십시오. 무한대(無限大)로 크고 넓은 텅~빈 바탕 순수한 마음을 비좁게 구속하지
마시고, 무한대(無限大)로 한계(限界) 없는 그대로 활짝 열어 다채로운 다양성의 모든 삶과 모든 일이
아무 장애(障碍) 없이 무한대로 펼쳐지도록 해보십시오.
내가 원하는 일, 내가 보고 싶은 일뿐만이 아니라 내가 원하지 않은 일,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일까지
이 세상 모든 것들, 이 우주삼라만상만물은 본래는 모두 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은 허공(虛空)
과 같아서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실어 나를 수 있고 모든 것의 있음 자체가 이것 허공(虛空)으로써 완전
평등(平等)합니다. 그러니 허공(虛空)과 같은 텅~빈 바탕 순수한 마음, 텅~빈 바탕 진공의식, 눈앞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現前)에 특정한 어떤 것만 말뚝을 박으려 하지 마시고, 그 어느 것도 심어
놓지 않는 대신 모든 것이 자유롭게 오고가고록 허용하십시오.
한계 없는 본연의 마음, 텅~빈 바탕 순수한 자각의 성품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어떤 제한 제약도
두지 마십시오. 오늘 아침 계획했던 목표 이외의 모든 가능성에 무한대의 마음의 문을 열어 보십시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 자연스러움을 온몸으로 경험해 보십시오. 이 세상, 삶은 원래 무한한 자유입니다.
- 몽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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