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게 인적 끊긴 DMZ , 멸종위기종의 천국이 됐다
천권필 입력 2018.02.17. 06:00 수정 2018.02.17. 07:14
면적은 한반도 면적의 1.6%에 불과
발견되는 생물종은 전체의 20% 차지
발견되는 생물종은 전체의 20% 차지
60년 넘게 사람의 흔적이 끊긴 DMZ(비무장지대)가 한국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최후의 안식처로 자리 잡고 있다. 전쟁의 결과물인 DMZ의 생태학적 가치가 점점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1974년 이후 40여 년 동안 DMZ에서 진행된 생태조사 결과를 모아 최근 발간한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DMZ 일대에는 총 4873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지역인 DMZ 일원의 면적은 1557㎢로 전체 국토 면적의 1.6%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전체 한반도 생물종(2만 4325종)의 20%가량이 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16종과 ll급 75종 등 총 91종의 멸종위기 동·식물이 DMZ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한반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총 267종인데, 그중 34%가 DMZ에 집중될 정도로 멸종위기종의 천국이 됐다는 뜻이다. 특히, 두루미와 사향노루 등은 DMZ 일대에서만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군사시설 보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야생 동식물에 안정적인 서식공간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DMZ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주요 멸종위기종을 소개한다.
━ 두루미 · 재두루미
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02호이자 멸종위기종 l급인 희귀 겨울 철새로, 현재 전 세계에 2800~3300여 마리만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서식하는 조류 중에 가장 키가 큰 새이기도 하다. 주로 러시아나 중국 북부 지역에서 살면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와 DMZ 일대에서 겨울을 보낸다. 특히, 철원 평야는 세계 최대의 두루미 월동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같은 두루미과인 재두루미도 멸종위기종 ll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3호로 지정된 겨울 철새다. 두루미보다 몸집이 작고, 눈 주위가 붉은 것이 특징이다.
━ 흰꼬리수리
흰꼬리수리는 멸종위기 l급이면서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된 겨울 철새다. 몸길이는 69~92㎝이며, 날개를 펴면 길이가 2m에 이른다. 꼬리가 흰색인 게 특징인데 주로 작은 동물이나 어류, 양서류 등을 먹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9000~1만 1000쌍 정도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구렁이
멸종위기 ll급인 구렁이는 국내에 서식하는 뱀류 중에서 가장 큰 종이다. 몸통 전체에 가로 줄무늬가 있으며, 몸통 색에 따라 먹구렁이와 황구렁이로 구분하기도 한다. 주로 20개 미만의 알을 낳으며, 부화 기간은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걸린다. 마을 인근이나 산림 지역, 물가에 살면서 소형 설치류, 조류, 새알 등을 먹고 생활한다. 최근 무분별한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 물장군
물장군은 애기뿔소똥구리, 왕은점표범나비와 함께 DMZ 일대에서 발견된 3종의 멸종위기 곤충 중의 하나다. 몸길이는 50~60㎜ 정도이며 황갈색 또는 갈색을 띤다. 과거에는 연못·논·웅덩이·농수로 등 습지의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었지만,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는 민통선 지역 등에만 주로 살고 있다. 도시화로 인한 서식처 파괴,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 농지개량사업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돌상어
멸종위기 ll급인 돌상어는 서해로 흐르는 한강·임진강·금강 등에 분포하는 한국의 고유종이다. 물이 깨끗하고 유속이 빠르며 수역의 바닥에 자갈이 깔린 곳에 서식하면서 주로 수서곤충을 먹고 산다. 자갈 바닥에 잘 숨고, 돌에서 돌로 자주 옮겨 다닌다. 하지만, 최근 하천 공사, 댐 건설 등 토목공사로 인해 여울 지역이 사라지면서 서식지가 많이 감소했다.
━ 가는돌고기
가는돌고기는 주로 하천 상류의 물이 맑은 곳으로 자갈이 있는 여울부의 바닥에 숨어서 산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ll급으로 지정돼 있다. 역시 수질오염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로 서식지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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