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 - 법정스님
"아름다운 마무리는 자신의 삶에 대해 감사히 여기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내가 걸어온 길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
(初心)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根源的)인 물음, 즉 나는 누구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이어지는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서 와서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아름다운 마
무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묻는 이런 물음은 자신의 본래모습을 잃지않는 중요한 자각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나 세상에서 회자되는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 자신의 본래모습에 다다르는 깊은 내면의 연금술이다. 내려놓지 못할 때 아름다운
마무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윤회(輪廻)와 반복(反復)의 여지를 남길 뿐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그동안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인생에 대한 허망하고 헛된 생각을 버리고 내려놓음, 비움에 가까이 다가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채움이 아닌 비움이고 대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 이순간 여기 이 자리가 바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그때임을 아는 것이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의 어느 때도 아닌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가 내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주마등 처럼 스치고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는 순간
들에 대해서는 미지(未知) 그대로의 세상으로 열어 둔 채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의 현전(現前)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용서(容恕)이고 이해(理解)이고 자비(慈悲)이다.
용서와 이해와 자비를 통해 나 자신을 새롭게 일깨운다. 아무 원인 이유도 없이 일어나는 결과나 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를 칭칭 얽어맨 구속과 생각들, 분별 망상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
삶의 예속물로서의 내가 아니라 삶의 주인으로서 거듭나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차(茶) 한 잔을 앞에 두고서도 그 차의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삶에 새로운 향기와 맛과 빛을 부여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스스로 가난과 간소함을 선택하는 것이다. 맑은 가난과 가벼운 간소함으로 자신을
정신적 궁핍으로부터 바로 세우고 소유의 비좁은 감옥에서 해방시켜 그냥 존재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단순해 지는 것이다. 하나만으로도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서 자기 자신, 본래의 모습과 더욱 가까워진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는 마음의 준비를 갖춘다. 그 어디 어느 것에도 집착하여 얽매이지 않고 순례자나 여행자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 놓인 수도 없이 많은 우주의 선물도 그저 감사하게 빌려 쓸 뿐, 언제든지 텅
~ 빈 손으로 미련없이 두고 떠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고정관념,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훌훌 떨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中에서
자신의 입적(入寂)을 예감하셨음일까.. 마지막 수필집의 제호(題號)가 '아름다운 마무리'인 걸 보면.
지나치리만큼, 자신에게 엄격하셨던 분. 하지만, 대중(大衆)들에겐 한 없이 자애(慈愛)로웠던 분.
'아름다운 마무리', 즉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씀을 가슴에 담으며...
- 희선, 손모음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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