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불에도 향기가 있다
풀잎은 왜 나는 지천에 널려 있는 평범한 존재냐고 투정하지 않았다.
풀잎은 왜 나한테는 꽃을 얹어 주지 않았는냐고 불평하지 않았다.
풀잎에 맺힌 이슬은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리기는 하였지만 풀잎은 이슬방울 목걸이에 감사하였다.
때로는 길 잃은 어린 풀무치의 여인숙이 되어 주는 것에 만족 하였다.
가을이 오자 풀잎은 노오랗게 시들어 말랐다.
그리고 실낱같은 미미한 바람에도 이리저리 날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리저리 날리는 검불이 된 풀잎은 기도하였다.
비록 힘 한낱 없는 저입니다만 아직 쓰일 데가 있으면 쓰이게 하소서.
그러던 어느 날. 산새가 날아와서 검불을 물어 갔다.
산새는 물어 간 검불을 둥지를 짓는 데 썼다.
그리고 거기에 알을 낳았다.
산바람이 흐르면서 새둥지를 짓는 데 쓰인 검불의 향기를 실어 갔다.
무지개에까지..
작은 풀잎이 가을이 되어 마른 모습으로 떠도는 것을 검불..이라 합니다.
이런 미미한 검불에도 향기가 있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 있어서 이 글을 썼습니다.
(고 정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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