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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오현 스님 입적에 “막걸리 한 잔 올린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오현 스님.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http://img.khan.co.kr/news/2018/05/27/l_2018052701003328500261191.jpg)
오현 스님. 김영민 기자 viola@kyung
hyang.com
한국 불교문학을 대표하는 시조시인인 오현 스님이 지난 26일 오후 설악산 신흥사에서 입적했다는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 계실 때도 생사일여, 생사를 초탈한 분이셨으니 ‘허허’ 하시며 훌훌 떠나셨을 스님께 막걸리 한 잔 올린다”라며 추모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가에서 ‘마지막 무애도인’으로 존경받으셨던 신흥사와 백담사 조실 오현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들었다. 저는 그의 한글 선시가 너무 좋아서 2016년 2월 4일 ‘아득한 성자’와 ‘인천만 낙조’라는 시 두편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 스님께선 서울 나들이 때 저를 한번씩 불러 막걸리잔을 건네 주시기도 하고 시자 몰래 슬쩍슬쩍 주머니에 용돈을 찔러주시기도 했다. 물론 묵직한 ‘화두’도 하나씩 주셨다”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언제 청와대 구경도 시켜드리고, 이제는 제가 ‘막걸리도 드리고 용돈도 한번 드려야지’ 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 얼마 전에 스님께서 옛날 일을 잊지 않고 ‘아득한 성자’ 시집을 인편에 보내오셨기에 아직 시간이 있을 줄로 알았는데, 스님의 입적 소식에 ‘아뿔싸!’ 탄식이 절로 나왔다”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스님은 제가 만나뵐 때마다 늘 막걸리 잔과 함께였는데, 그것도 그럴듯한 사발이 아니라 언제나 일회용 종이컵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http://img.khan.co.kr/news/2018/05/27/l_2018052701003328500261192.jpg)
설악당(雪嶽堂) 무산(霧山) 대종사 오현 스님은 지난 26일 오후 5시11분 강원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서 입적했다. 승년 60년, 세납 87세. 속명인 ‘조오현’으로 시조를 쓴 오현 스님은 1968년 등단해 ‘심우도’, ‘절간이야기’, ‘아득한 성자’ 등을 발표하며 현대시조문학상, 남명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77년 신흥사의 주지를 맡았고 2015년에는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를 품수하고 원로의원에도 추대됐다.
오현 스님은 한글 선시조의 새 지평을 개척하고 만해 한용운의 시맥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6년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하고 백담사 인근 마을에는 문인들의 창작 공간 ‘만해마을’을 조성했다. 오현 스님은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이라는 열반송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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