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한평생

장백산-1 2018. 6. 20. 08:26

한평생 /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得音)도 있었고 지음(知音)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으나

한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 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 두고,

모든 좋은 일을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쁜 숨쉬는 일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서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기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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