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Indra網) / 릴라님
<화엄경> 세주묘엄 품에 인드라망이라는 그물(網) 이야기가 나옵니다. 석가모니여래께서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실 때, 여러 종류 여래의 궁전이 나타나는데 그 여러 종류 여래의 궁전마다 인드라망이라는 그물(網)이 온갖 법계(法界)를 둘러쌌습니다.
온 우주법계를 둘러치는 그물(網)인 인드라망은 묘하게도 그물의 코마다 마니주라는 투명한 보석이 박혀 있습니다. 그물 코 마디마디에 달려 있는 무수한 보배 구슬, 마니주는 서로가 서로를 비춥니다. 끝이 없이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각 마니주 구슬마다 우주법계인 모든 대상 경계가 나타나는데, 마니주 구슬에 나타난 모든 보살들이 무궁무진하게 빛을 비추고 수많은 소리를 나타내 보입니다. 또 한 생각, 찰나에 모든 중생의 거처와 집 등 모든 경계가 모든 마니주에 영상처럼 나타납니다.
온 우주법계를 둘러치는 그물인 인드라망은 이 세계의 깨달음의 성품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깨달음의 성품을 아무 차별없이 평등하게 갖추고 있는데, 이 각각의 구슬마다 한 세계를 이룹니다. 이 세상 모든 것, 우리 모두는 평등한 깨달음의 성품 하나 위에서 온 세계, 우주법계를 건설합니다. 각자의 마니 구슬이 각자의 빛으로 각자의 경계를 비추듯이 이 깨달음의 성품도 서로가 서로를 비추지만 결코 간섭하거나 영향을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의 깨달음의 성품은 남에게 줄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이 세상 모두에게 다 갖추어져 있고, 주고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며, 나라고 여기는 존재조차도 마니주에 비친 영상(影像)이기 때문에 내가 취사선택하며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고 여기는 존재, 또는 내가 살고있다고 여기는 이 세계는 바로 마니주에 비친 영상(影像), 즉 그림자 같은 허상입니다. 마니주는 제각각 평등하게 타고난 것이며, 마니주에 비친 세상 모습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마니주는 인연 따라 인연에 감응해서 아무 차별 없이 다만 있는 그대로 비출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내가 경험하는 세계는 나만의 고유한 세상입니다. 내가 경험하는 세상은 내 마음에 비친 영상이어서 이 영상은 어느 누구의 영상과 동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보는 세계를 남들도 똑같은 세상을 본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 기준에 따라 남을 간섭하고 구속하려고 합니다. 이게 뜻대로 되지 않는데서 갈등과 투쟁 전쟁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법계(法界), 진리의 세계,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세계의 참모습(實想)에 밝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법성(法性, 모든 존재의 근본성품)은 전해줄 수도 없고, 전해 받을 수도 없습니다. 석가도 제자인 가섭에게 전하지 못했고, 어느 스승도 그의 제자에게 법성을 전할 수 없습니다. 만약 누가 법(法)을 전수 받았다면 그것은 진정한 깨달음의 법성이 아니라, 법성에 비친 그림자와 같은 허망한 영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전해줄 수도 없고 전해받을 수도 없는 자기의 마음 즉 법성을 깨달아 지금 여기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내 마음 즉 법성에 비친 영상임을 밝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같은 사실을 깨달으면 내 마음에 비친 영상이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마음에 비친 이 영상(影像, 빛의 그림자)은 실제가 아니며, 누구에게 주장할만한 실체도 아니라는 자각이 일어날 것입니다. 자기의 생각이나 기준을 끝까지 집착하여 주장한다는 것이 토끼에게 뿔이 있고, 거북이에게 털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인드라망의 세계는 각자의 평등한 마음 바탕 위에 비추어진 무궁무진한 법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지금 여기서 사람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내 마음 즉 법성에 비친 나만의 세상입니다. 이 나만의 세계가 인드라망처럼 서로가 서로를 아무런 간섭 없이 묵묵히 비추고 있을 뿐입니다.
깨달음은 사람들 각자에게 부족함 없이 갖추어져 있는 자신의 마음 즉 법성(法性)에 눈을 뜨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 스승으로부터 전해 받음 없이 전해 받는 법(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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