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 시간은 흐르는 일이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생활 속에서는 시간이 분명히 흐르고 있습니다.
< 답변 > 뭘 생활(生活)이라고 합니끼? 태어나고, 머무르고, 변하고, 사라지는 현상(現象), 즉 생주이멸(生住異滅)이 생주이멸인 채로 생주이멸이 아니라고 말들을 하면서 다시 무엇을 생활이라고 하냔 말이오. 살아간다는 말, 생활(生活)은 흔히들 알고 있는 그런 뜻이 아니오. 이 세상 모든 것은 단지 인연(因緣)으로 말미암아 생겨났다 인연(因緣)이 다하면 사라지는 것일 뿐이지 이 세상 모든 것, 만물(萬物)을 주재하는 주재자(主宰者)가 없소.
그렇다면 생활(生活),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주재자(主宰者)가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이겠소? 살아가기는 분명하게 살아가는데 살아가는 놈이 없다는 뜻이오. ‘나’라고 여기는 이 몸은 밥 기운과 반찬 기운으로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는 것일 뿐이지 몸 자체로는 성품이 없는 그림자 같고 허깨비 같은 거라는 말이요. 비록 이 몸에 눈 귀 코 입이 분명히 있어도 눈 귀 코 입은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냄새 맡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그림자 같은 것일 뿐이라 말이오.
사실이 이런데도 사람들은 전부 어리석게도 나라는 것이 있어서 ‘내가 보고’ ‘내가 듣고’ '내가 냄새 맡고' ‘내가 말한다’고 철석 같이 믿어 의심치 않고 있는 거요. 지금 말하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자체성품(自體性稟)이 없다는 얘기는 이 세상의 일체 존재는 텅~빈 이름에 불과할 뿐이라는 말이요, 텅~빈 모습일 뿐이라는 말이요,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 세상 모든 것 그 안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되오.
여러분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어 모시는 경전에도 분명히 있지 않소. 보고 듣고 하는 이대로인 채그대로 보고 듣고 하는 게 아니라고(즉차견문비견문 卽此見聞非見聞)이라고, 이 말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이 세상 모든 것인 채로 이 세상 모든 것이 아니라는 소리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이 실제인 줄 알고 늘 거기에 빠져서 행복하네 불행하네, 사네 못 사네 그러고 있다면, 겉으로는 수행자인양 남들 앞에서 그럴싸한 얘기 늘어놓을지는 몰라도, 그 사람은 전혀 부처님 뜻을 받아가질 준비조차 안 된 사람이오.
각자 모두 스스로를 돌아보시오. 자기 자신을 속여 무엇 하겠소? 무슨 말을 들었거든 그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참으로 진지하고 철저하게 그 바닥을 꿰뚫어야 하오. 그저 ‘늘 듣던 소리구나’ 하며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버린다면 그 사람은 영영 깨달을 분수는 없소. 이 견문에 즉해서 견문이 아니라는 말이 참으로 사실이라면 구체적으로 우리 모든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오.
- 현정선원 대우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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