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속에 사는 흉악한 짐승 잘 다스려야 잡아먹히지 않소"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8.09.02. 15:30
배우 · 작창 · 음악감독 '1인3역' 박인혜가 들려주는 '판소리 오셀로'
9월22일까지 정동극장서 공연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소리꾼 박인혜가 홀로 무대에 선다. 그는 지난 25일부터 정동극장 창작ing 시리즈 '판소리 오셀로'에 출연해 오는 9월22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정동극장 무대에 오른다.
'판소리 오셀로'는 셰익스피어가 쓴 동명의 희곡이 원작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장군 오셀로가 아내 데스데모나의 외도를 의심하다가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내용이다.
박인혜는 지난 8월31일 정동극장에서 기자를 만나 "오셀로의 질투는 판소리 특유의 격한 소리와 잘 붙는다"며 "오셀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 전통의 처용 설화를 묶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용 설화와 오셀로 이야기는 '아내의 외도'라는 공통된 소재를 다룬다"며 "오셀로는 질투에 휩싸여 비극적 결말을 맺지만 처용은 통 큰 양보를 통해 상대를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박인혜는 이번 작품에서 설비(設婢) 단(丹)으로 분했다. 단은 사람들에게 처용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준 다음에 '먼 곳에서 전해 온 이야기'라며 이방인 오셀로의 삶에 대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아 노래한다.
그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오셀로는 질투에 휩싸여 아내를 살해한다"며 "그러나, 오셀로는 아내의 외도가 사실이 아니며 이 모든 것이 이아고의 계략이었음을 깨닫고 죄책감 속에 자살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의 부정을 목격하고도 춤을 춘 처용과 질투에 눈이 먼 오셀로의 차이를 표현했다"며 "인간의 마음에 사는 질투, 분노, 의심 등 흉악한 짐승을 잘 다스려야 잡아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박인혜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소리꾼)로 무대에 설 뿐만 아니라 작창·음악감독 역할도 함께 맡았다. 그는 서양 이야기인 이번 작품에서 아쟁, 가야금, 피리 등 우리 전통악기만을 배치했다.
그는 "서양 이야기지만 우리 전통악기로 인물의 감정선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며 "서양 악기의 장점이 있지만 국악의 결을 살리고 싶어서 우리 악기만을 썼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연하러 정동극장에 올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며 "전통 공연은 3~4회의 단발성이 대부분인데 한 달 가까이 장기 공연을 하는 만큼 모든 공연을 마쳤을 때 제가 배우로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도 말했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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