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공간이 복지다
박경훈 기자 입력 2018.08.26. 18:52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지난 2000년 여성 80.5세, 남성 71.3세였고 2016년에는 각각 85.4세, 79.3세로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여성은 4위, 남성은 15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러한 추세라면 조만간 기대수명이 90세를 넘길 것이라는 게 의학계의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예전보다 늘어난 인생을 좀 더 뜻있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현실이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다. 기대수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지만 질병 없이 사는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 비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기대수명은 늘었으나 건강수명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 질병이나 사고 등 유병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남성은 14.6년, 여성은 20.2년에 달하니 인생의 4분의1 정도 되는 기간 동안 질병을 안고 산다는 뜻이다.
여러 선진 도시들은 사건·사고가 없는 안전한 도시, 공해 없고 깨끗한 도시, 비만 없는 도시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도서관·공원·체육관·주민센터 등을 곳곳에 마련, 이러한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확충하고 있다. 시민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결국 좋은 도시를 만드는 기본임을 깨닫고서 진행하는 정책들이다.
우리 도시를 걷다 보면 수없이 많은 커피숍을 보게 된다. 온 나라에 널려 있는 스타벅스만 놓고 봐도 인구 1인당 매장 수가 이웃 일본의 두 배를 넘는다고 한다. 외국 매장들이 주로 테이크아웃 매장인 반면 한국 스타벅스에는 좌석이 많은 점도 특징이다. 요새 커피숍은 사람을 만나는 장소만은 아니다. 다들 노트북을 펴놓고 일을 하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우리가 도서관에서 하는 일들과 거의 같다. 선진 도시에서 공공도서관은 주민들의 놀이터이자 공부방이요, 만남의 장소다. 도서관이 제공할 서비스가 커피숍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아쉽다. 도시의 모퉁이마다 성업 중인 커피숍들은 우리 도시의 공간 복지가 부족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갈 길은 멀지만 시민에게 꼭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고 그렇게 제공된 공간을 통해 시민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 그것이 21세기 고령사회에 무엇보다 필요한 공간 복지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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