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한 파도 타기 / 릴라
하루하루 사는 것이 마치 전쟁하는 것과 같은 사람이 있고 지옥과 같은 사람이 있고, 하루하루를
대체로 만족스런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있으며, 하루하루 아무 일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루
동안 일상을 경험하는 것은 사람들마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일터로 나가고, 학교를 가고, 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잡니다. 일상의 생활이 대체로 비슷한 삶의 풍경을 보여주지만 각자의 내면으로 들어가면 사람
마다의 그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캄캄한 어둠이 가로막고 있거나, 롤러코스터 같은
마음이거나, 따스한 봄날의 풍경처럼 담백한 밝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런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삶은 눈에 보이는 환경보다는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각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남의 말을 들으면 큰 영향을 받고, 어떤 사람은 남의 말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바라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그 문제에 사로잡혀 그 문제
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어떤 사람은 바라는 일이 일어나든 그렇지 않든 일에 구속받지 않습니다.
물론 타고난 성격이 느긋하여 삶에서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덜 받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근원적으로는 삶에서 발생하는 일이 주는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겪는 삶의 문제는 일어난 일의 종류에 달려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이 세상의 근원,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이 없고 사람, 나, 세상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전환이 없기 때문에 삶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날마다
일어나는 일을 따라 마음이 끌려다니면 그것이 지옥이고, 전쟁터이며,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일을
따라서 끌려다니는 마음이 없다면 하루하루의 삶은 아무런 일도 일어난 적이 없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생각, 남이 한 말, 남이 한 행동, 나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와는 따로 있다고
믿지만, 남들의 모든 생각, 말, 행동과 사건은 나의 내면이 밖으로 투영(投映)된 그림자인 환영(幻影)
입니다.
사람들 모두가 온전히 홀로 저절로 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내 삶에 끼어들 수 있는 남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나의 생각이나 느낌, 감각적 지각, 욕망 욕구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의
생각, 말, 행동과, 객관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처럼 보이는 것들은 그것들이 나와 분리되어 나를 떠나
존재해서 객관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인식해서 내 마음에 그런 식
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나의 사량분별심이 하는 해석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내 마음의
투영이 남의 일, 밖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드러나고 있는데 그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면 온갖 일이
나와는 분리 분별된 실체처럼 보여 내가 그것들에 속아서 그것들이 나를 구속하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분별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직접적으로
체감되고 이 사실에 익숙해지면 세상 온갖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런 일도 일어난 것이 아닌 것이 됩니다.
본래 아무런 일도 일어난 적이 없는 것이지 이전과 달라져서 아무 일도 일어난 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그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음만 못하다."고 선사가 말했습니다. 모든 분별심인
좋아함 싫어함, 행복 불행, 기쁨 슬픔, 실패 성공, 탄생 죽음, 감 옴, 시작 끝, 부자 가난뱅이, 너 나,
착함 악함, 건강 병듦, 지혜 어리석음, 등을 파도 타는 것처럼 롤러코스터 타는 것처럼 부침하는 삶에
중독되어 온 사람들은 본래 아무 일도 일어난 적이 없다는 이런 말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것이 좋은 것이지 아무 일 없는 것은 무료한 것이어서 결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다 보면,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좋은 것을 찾아 무수한 파도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롤러코스터 같은 파도 타기는 피로하고 끝이 없으며 좋다고 골라낸 파도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좋은 파도 싫은 파도가 바닷물임을 깨우쳐서 더 이상 이 물결 저 물결 따라서 연연하지 않게 됩니다.
삶이라는 연극무대에서 어떤 종류의 파도가 치더라도 그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화가 곧 아무
일도 일어난 적이 없음이고 이것이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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