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에서 불도를 구하면 마귀
“마음 집착하면 부처님 알 수 없으니”
올바른 견해가 불도의 핵심
지혜, 아무것 없는게 아니라 마음에 삼독 물들지 않는 것
삼독에 물들지 않는 그런 마음이 불법이고 부처이다
당나라 때 고승 대주혜해(大珠慧海) 선사의 법문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날 대주혜해 선사에게 사람들에게 불경을 강의하는 온광(蘊光)이라는 법사가 찾아와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안목에 대해 물었다.
수행자가 갖춰야 할 안목에 대해 대주 선사는 즉시 이렇게 답한다.
“허공(虛空)은 영특한 지혜를 내지 못하고, 구하는 마음이 많으면 근기가 천박하며, 경계를 당해 마음이 일어나면 선정(禪定)이 부족한 것이고, 마음 밖에서 도를 구하면 외도이며, 마음 안에서 도를 구하면 마구니라”고 했다.
이에 온광 법사가 “그렇다면 필경 아무것도 없겠군요”라고 하자, 대주 선사는 “그러나 끝내 온광 자신의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는 역대 조사들의 행장과 설법을 기록한 ‘전등록(傳燈錄)’에 전해온다. 짤막하지만 대주혜해 선사의 이 법문에는 불도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올바른 견해(正見)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불도를 수행하는 일 또한 올바른 견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먼저 대주 선사가 말한 ‘허공(虛空)은 영특한 지혜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수행이 마음을 비워 허공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수행을 마음을 비우는 공부로 잘못 알고 있다.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분별과 감정을 모두 버리고 허공처럼 되는 것을 수행의 참된 경지로 여긴다. 소위 ‘텅 빈 충만’이니 ‘허공 같은 마음’이니 하는 말들로 불교의 수행 경지를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을 허공처럼 만드는 일은 법(法)의 실상(實相)을 깨닫게 하는 지혜가 갖춰지지 않으므로 수행의 참된 경지라 할 수 없다. 영특한 지혜란 허공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근(六根 : 눈, 귀, 코, 혀, 피부, 마음인 6가지 감각기관)이 육경(六境 : 육근과 마주하는 대상인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의 모든 대상)을 마주 대함에 있어 밝고 뚜렷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밝고 뚜렷하다는 것은 마음이 탐(貪)· 진(嗔)· 치(癡) 삼독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게 작용을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구하는 마음이 많으면 근기가 천박하다’는 것은 수행이 아무리 좋은 일이더라도 역시 탐욕심을 앞세우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내가 빨리 도를 이뤄야겠다” “견성 해야겠다” 등 의욕들이 과도하면 그 생각이 어리석음이 되어 수행에 장애가 된다는 말이다. 이어서 ‘경계를 당해 마음이 일어나면 선정이 부족하다’라는 것은 수행하는 사람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경과 역경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선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어떤 사람이 수행을 제대로 했는지 안했는지는 순경계나 역경계를 당해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역경계 앞에서 마음이 파도를 치면 선정을 바로 닦았다고 할 수 없다. ‘마음 밖에서 도를 구하면 외도’라고 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곧 부처요(心卽佛), 마음이 곧 불법(心卽佛法)인데 마음을 떠나 따로 도(불법, 부처, 불도)를 구하겠다는 사람은 외도가 되어 평생 도를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스승이나 선지식의 가르침 속에 불법(도, 부처, 불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곧 불법이니 마음 밖으로 도(불법)을 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끝으로 ‘마음 안에서 도를 구하면 마귀’라 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을 미혹하여 마음 안에 어떤 절대적인 성품이 따로 있는 줄로 착각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이 말은 수행자들에게는 매우 긴요한 말씀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마음 밖에서 도(부처, 불법, 불도)를 구하면 외도라 하니까 이번에는 자기 마음 안에 집착하여 부처와 불법, 불도를 알려고 애를 쓴다. 마음을 떠나서 부처(불법, 불도, 도)는 존재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 안에 부처(불법, 불도, 도)가 머무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자기 마음 안에 부처가 머문다고 그렇게 믿는다면 그 사람은 수행자가 아니라 마귀라는 얘기다. 이 말을 온광 법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도 온광 법사와 같은 그런 분들이 있으리라. 온광 법사는 “그렇다면 불법은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수행의 경지를 삼느냐”고 묻는다. 이에 대주혜해 선사의 마지막 답변이 거룩하다. 그렇게 묻는 온광 자신의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라고. 이 대답은 "불법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수행의 경지로 삼느냐" 그렇게 묻는 온광 스스로의 마음이 곧 부처이며 불법이라는 사자후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69호 / 2018년 1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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