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사람도 보이지 않고 소도 보이지 않네

장백산-1 2019. 1. 6. 18:42

사람도 보이지 않고 소도 보이지 않네


배꽃 천만 조각이 맑고 빈 집에 날아드는데 

목동이 부는 피리소리 앞산을 지나가건만 

사람도 보이지 않고 소도 보이지 않네.


梨花千萬片  飛入淸虛院  木笛過前山  人牛俱不見 

이화천만편  비입청허원  목저과전산  인우구불견 


-『청허휴정(淸虛休靜)』- 


불교의 말씀은 언제나 그 격식이 있다. 이 선시(禪詩)도 얼핏 보기에 배꽃이 휘날리는 봄날의 모습과 

목동이 소를 타고 피리를 불고 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선시(禪詩)가

갖추어야 할 격식과 깊은 내용을 분석보면 진공묘유(眞空妙有), 즉 묘유(妙有)와 진공(眞空), 

진공(眞空)과 묘유(妙有)가 하나로 어우러진 중도(中道)를 아름답게 잘 나타내고 있는 선시(禪詩)다. 


배꽃이 천만 조각으로 휘날림은 우주삼라만상만물, 이 세상 모든 현상이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이렇게 

존재하고 있음을 선안(禪眼)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천만 조각으로 휘날리는 배꽃이 맑고 

텅~빈 집으로 날아들고 있다는 말은 이 선시의 작자 청허휴정(淸虛休靜, 1520~1604) 스님 자신의 이름 

'청허(淸虛)를 빌려서 진공묘유(眞空妙有), 즉 ‘우주삼라만산만물이 묘(妙)하게 있으면서(有)[妙有] 진실

(眞)로 공(空)하고[眞空], 우주삼라만상만물이 진실(眞)로 공(空)하면서[眞空] 묘(妙)하게 있다(有)[妙有].’

고 한다. 


목동이 부는 피리소리 앞산을 지나간다는 말도 묘유(妙有)에 해당하는 말이고, 

사람도 소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주관도 객관도 텅~비어 공(空)하다는 진공(眞空)의 의미이다. 

우주삼라만상만물, 이 세상 모든 현상의 존재원리가 진공묘유(眞空妙有)와 같다. 


시의 제목도 ‘주관도 객관도 모두 없어진 상태(인경구탈 人境俱奪)’라는 말이다. 주객이 모두 없지만(眞空) 

묘하게 있다(妙有). 이렇게 묘유(妙有)로 있는 것이 제대로 있는 것이고, 이렇게 진공(眞空)으로 없는 것이 

제대로 없는 것이다. 선의 안목으로 볼 때 우주삼라만상만물,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진공묘유(眞空妙有) 

묘유진공(妙有眞空)으로 이렇게 중도적(中道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의 선시도 이러한 격식과 

내용에 맞게쓰는 것이다. 


선천선지(禪天禪地)에 선화(禪花)가 휘날린다. 선(禪)의 하늘 선(禪)의 땅에 선(禪)의 꽃이 휘날린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