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오고 가야 할 인생길

장백산-1 2019. 2. 9. 13:21

오고 가야 할 인생길  


연애 시절이나 신혼 때와 같은 달콤한 맛이 언제나 그대로 이어지길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속담은 

첫사랑 삼 년은 개도 잘산다고 충고하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이 개들 간의 사랑과 달라지는 때는 삼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부터인데, 첫사랑 삼 년은 개도 산다는 우리의 속담의 주는 충고는 삼 년 지난 

후부터 시작되는 기나긴 자기 수행과 같은 고난한 과정을 절묘하게 빗대서 하는 말이다.

 

열 살 줄은 멋 모르고 제멋대로 살고, 스무 살 줄은 아기자기하게 살고, 서른 살 줄은 눈코 뜰 새 없이 

살고, 마흔 살 줄은 서로가 서로를 차마 버리지 못해서 살고, 쉰 살 줄은 서로가 가여워서 살고, 예순 

살 줄은 서로가 고마워서 살고, 일흔 살 줄은 서로의 등을 긁어주는 맛에 산다.

 

자식 기르느라 정신없다가 육십 줄에 들어서 지지고 볶으며 지내며 소 닭 보듯이 닭 소 보듯이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고, 서로서로가 웬수 같은데 어느날 머리칼이 희끗희끗해진 걸 보니 불현듯 가여워진다.

 

그리고 서로 굽은 등을 내보일 때쯤인 70 줄이 되면 철없고 무심했던 지난 날을 용케 견디어준 서로가 

눈물나게 고마워질 것이다. 이젠 이 세상에 머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쭈글쭈글해진 메마른 등어리를 

서로 긁어주고 있노라니 팽팽했던 피부로도 알 수 없었던 남녀지간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보다 평화로운 

슬픔이랄까 자비심이랄까 그런 감정들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 몸을 따라 마음도 함께 늙어버리는 줄 알았는데 시간을 초월한 내면의 정신은 새롭게 뻗어

오르는 나무의 새 가지처럼 어딘가로 새로운 내면의 정신세계를 향해서 자꾸자꾸 뻗어 오르고 싶어한다.

 

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이, 아니 정확하게 나이를 말하면 확인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 되는 나이.. 하던 일 팽개쳐두고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고 잔잔하게 가슴 속에 배어든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꿈을 먹고 산다고 했는가보다.


이제 오십, 육십 줄도 넘어 한 살 한 살 노을지는 세월이 물들어가고 있다. 도무지 빛깔도 형체도 알 수 

없는 뭔가가 나를 물들이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더없이 푸른 하늘도, 하늘 높이 떠 흘러가는 

흰구름도 모두가 다 내가 품어야 했던 지난 날의 유혹들이었지만, 이젠 그것들을 뒤로한채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함께 마시면서 즐겨듣던 음악도 함께 사소한 것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버리고, 아쉬움이 되어버리고,

결코 재산이나 돈, 명예, 지위, 감정 등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으로 남을 수 없는 나이, 모든 것을

비우는 나이지만 그래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지혜로운 노후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이제 나는 꿈과 사랑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이 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세상에 진실로 감사하면서 

멋있게 사는 그런 나이로 진정한 노후를 가꿔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 막힘이 없는 나이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가 진정한 "人生의 黃金期"라고 생각하면서 황금기 답게 살아야 할 것이다.


노년의 삶에서 느끼는 행복은 고통과 슬픔마저도 인내로 승화시켜서 유유자적한 마음으로 빗어낸 

아름답고 멋진 작품이자 멋진 연출입니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넓은 마음과 온화한 얼굴, 느린 

움직임도 아름다운 영혼을 빚어내기 위한 연습이고 아름다운 연출입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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