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인생에 우연은 없다

장백산-1 2019. 2. 14. 23:48

인생에 우연은 없다 


가요 중에 '만남'이라는 노래가 있죠?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바램이라고 하죠? 그 바램을 

불교에서 원(願)이라고 말합니다. 바램을 누가 만든다고요? 마음이 만든다고 해요. 


불교에서는 '인생, 삶, 세상에서 우연(遇然)은 없다, 오직 인연(因緣)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거들만이 있을 뿐' 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삶을 깊이 살펴보면 삶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우연인 것들이 아니라 너와 내가 지은 인연(因緣)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칠불암(七佛庵)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 중 인연(因緣)에 관한 얘기가 있습니다. 


고려 시대 때 불교가 많은 폐단을 일으킨 적이 있었어요. 가끔 '고려시대 때 저질러진 원인으로 

조선시대 때 불교가 핍박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불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던 조선시대 때이니 중들이 천민 취급을 받았지요.  


지리산 아래 고을에 사또가 부임을 했는데 하루는 그 사또가 부하들을 데리고 칠불암이 그렇게 

유명하다니 거기에 한 번 가보자 했대요. 그 사또가 칠불암에 왔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왜냐하면 명색이 사또가 왔는데 스님들이 한 명도 내다보지도 않았던거죠.

 

사또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젊은 스님이 사또 앞을 본채 만채 지나가니 그 사또가 화가 더 나서 

저 젊은 중을 데려다가 곤장을 치라고 그랬대요. 곤장을 치는데 사또가 보니까 그 젊은 스님이 

갑자기 불쌍한 마음이 들더래요. 


저 젊은 중이 잘못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했대요. 그래서 곤장 일곱 대를 

때렸을 때 멈추라고 했답니다. 그리고는 너무 미안했던지 그 젊은 중의 손을 잡고 "스님 미안하오. 

내가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서 곤장 일곱 대를 쳤는데, 그 대신 내가 이 절, 칠불암에 삼년 먹을 쌀을 

대어주겠소"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절에서는 난리가 난겁니다. 그 옛날 산골짜기 절에서 쌀이 얼마나 귀해요. 그런데 그 젊은 

스님은 기분이 언짢아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래요. 이 사또라는 사람이 갑자기 곤장을 때리다가 쌀을 

절에 왜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리고 왜 곤장을 일곱 대를 맞았을까 생각했더래요.  


사또가 나에게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생각했는데, 그 젊은 스님이 수행을 열심히 해서 나중에 

큰스님이 되었어요. 달 밝은 밤에 촛불 하나만 켜놓고 참선을 하시다가 불현듯 젊었을 때 사또에게 

곤장을 맞았던 일이 떠오르는 거예요. 그때 그 사또가 나에게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생각하는데

큰스님이 되었는 데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더래요. 그때 홀연히 촛불이 펄럭거리면서 자신의 전생이 

보이더랍니다. 


머나먼 과거 전생에도 이 젊은 스님이 칠불암(七佛庵)에서 수행하던 스님이었는데, 그 때 그 절에 큰 

불공이 들어와서 상을 마련하고 있을 때 마을에서 절로 자주 올라오던 개가 있었습니다. 


개가 뭘 알겠습니까? 부엌에 살며시 들어가서 불공으로 올릴 공양을 먹습니다. 개가 부엌에서 나오는데 

스님을 만나요. 스님이 화가 나서 이놈의 개새끼 이러면서 소리치면서 개를 발로 뻥 찼대요. 그러니까 그 

개가 물고 있던 떡을 놓아 버리고 깨갱깨갱 대면서 도망가더래요. 


그런 개 모습을 보니 스님이 갑자기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내가 스님답지 못하게 이 떡 한 조각 때문에 

저 불쌍한 미물인 개를 발로 찼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떡을 집어 들고서 개야 미안하다 그러면서 떡을 

던져주니 개가 그 떡을 먹었겠죠. 그때 그 개가 이번 생에 사또로 태어납니다. 항상 절에 와서 기도하는 

스님을 보고 스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자꾸 일으켰기 때문에 그 공덕으로 사또로 태어났대요.  


그 사또가 칠불암의 젊은 스님을 보자마자 화가 났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죠.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를 봤는데 도와주고 싶고, 좋은 게 생기면 뭐라도 주고 싶은 사람 있죠? 

그 사람과는 좋은 인연입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좋았는데, 나중에는 보기 싫은 사람도 있죠? 바로 우리의 

삶의 인연은 칡넝쿨처럼 서로 엉켜있어요.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이 섞여있어서 좋았다가 싫어지고, 싫었

다가 좋아지는 겁니다. 

 

젊었을 때 칠불암의 스님이 큰 스님이 되어 사또가 한 행동을 생각한 후 무릎을 딱 치면서 '발길질 한 번 

하고 개에게 떡 한 조각 던져줬더니 곤장 일곱 대에 삼년 먹을 쌀로 돌아왔구나'라고 했대요. 

 

여러분도 여러분이 살아가면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들과 만든 인연(因緣)의 씨앗입니다. 그 씨앗도 결국은 

누가 심어놓은 거죠?  사람관의 관계가 심어놓은 겁니다. 인연은 누가 뒤집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불교에서는 이혼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런 말을 합니다. "헤어지되, 원망하지 말아라. 

잘못된 인연이 펼쳐진 것은 서로의 업(業)에 따른 결과이니 서로를 원망하지 말아라" 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다 내 업에 따른 것입니다.       

                            

-광우 스님-  출처 : 공덕을 꽃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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