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부정적 욕망 이루는 게 행복 아냐"

장백산-1 2019. 3. 3. 14:19

같은 날 들려온.. 방탄소년단 - 방시혁, 

그리고 승리의 '다른 소식'

하성태 입력 2019.03.03. 12:36


[하성태의 사이드뷰] "부정적 욕망 이루는 게 행복 아냐" 방시혁 행복론의 시사점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베스트 R&B 부문 시상에 나선 방탄소년단의 모습.
ⓒ AFP 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BTS)이 또 하나의 낭보를 전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선정한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 2018'에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미 힙합 뮤지션 드레이크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 한국 가수가 이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BTS가 최초였다. 
  
또 10위 안에 든 비영어권 앨범(가수) 역시 BTS가 유일했다. BTS에 이어 에드 시런, 포스트 말론, 에미넘, 퀸, 이매진 드래곤스, 아리아나 그란데, 레이디 가가, 브루노 마스가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소위 쟁쟁한 뮤지션들을 제쳤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는 매년 세계에서 판매되는 실물 앨범 판매량과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오디오 및 비디오 스트리밍 수치를 합산해 집계된다. 
  
이 같은 BTS의 국제적 신드롬을 방증하는 기록들은 오늘도 업데이트되는 중이다.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는 최근 '빌보드 200'에서 92위에 올라, 26주째 100위권 진입을 이어갔다. 또 지난 1일 판매를 개시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해외 5개 스타디움 투어는 이틀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전 세계 8개 도시, 10회 공연을 예고했던 이 스타디움 투어 중 오는 5~6월에 예정인 5개 도시(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시카고 솔저필드,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공연 티켓이 '완판'(SOLD OUT)된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6일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에 참석, 축사를 전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꼽은 BTS의 활약만 해도 이 정도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고, 4만 석 규모의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순식간에 매진 시켰습니다. 얼마 전에는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 초청받으면서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세웠습니다. 외신에서는 감히 'YouTube 시대의 비틀즈'라는 과찬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현재 전 세계 주요 지역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의 반열에까지 올라가게 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영광스럽게도 빌보드가 뽑은 25인의 혁신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저희 회사 역시 엔터테인먼트 업계 혁신의 아이콘이자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는 BTS의 행보 
  
 
  방탄소년단
ⓒ TIME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라니, 서울대학교 미학과 출신으로 후배들을 위해 축사에 나선 방 대표의 말마따나, 믿기지 않는 찬사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BTS가 창출하는 경제효과가 한 해 5조6000억 원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작년 12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방탄소년단(BTS)의 경제적 효과'를 통해서다.
 
해외에서의 분석도 호평 일색이다. 일례로,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BTS를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에 선정했다. 또 지난 1월 < 뉴스1 >이 뉴욕타임스(NYT)와 매년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포인트 2019'에 따르면,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2018년 10월 BTS의 유럽 투어 파리 공연 소개 기사에서 "그 어떤 것도 BTS의 승승장구를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BTS를 비틀즈에 비유했다.

BTS를 차세대 리더로 꼽은 <타임> 또한 지난해 10월 22일자를 통해 "비틀스, 원디렉션과 같은 '심쿵'한 외모, 귓가에 맴도는 노래, 뉴키즈 온 더 블록, 엔싱크와 같은 춤으로 BTS는 마니아들을 끌어 모으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 밴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타임>은 "BTS는 기존 아이돌 그룹과 같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결점을 오히려 음악의 소재로 담아내거나,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솔직한 감정들을 노래함으로써 새로운 룰을 만들어 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멤버들이 본인들의 음악적 메시지를 소셜 미디어로 전파, 전 세계 팬들을 끌어 모으고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섰다는 사실 역시 빠뜨리지 않았다.
 
사실 이 같은 분석은 지금도 진행 중인 성공신화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외가 아닌 국내 팬들이 오히려 "믿기지 않을 수"도 있는. 하지만 최근 BTS의 리더 RM이나 방시혁 대표가 한 수상 소감이나 발언들은 이들의 음악적 성공이,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이 어찌하여 '통'할 수 있었는지를 엿보게 했다. 결과론적인 상찬이라기보다 진행형인 어떤 자세가 감지된다고 할까.
 
눈여겨 볼 만한 RM의 소감과 방시혁 대표의 서울대 축사

 
▲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가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 서울대학교
  
'오직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지난달 26일, 제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대상 등 2관왕을 수상한 BTS의 리더 RM은 수상 소감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중 한 대목을 인용했다. "많은 문화계 종사자분들이 여기 와계시는데, 이런 말이 가장 먼저 기억 난다"며 김구 선생의 유명한 어록을 인용한 것이다(RM은 지난 2013년 광복절 당시 트위터를 통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대한독립만세"라는 글을 게시, 지난해 일본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문화라는 것은 그 어떤 물리적인 힘보다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무형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국악, 뮤지컬, 드라마, 연극, 무용 등 모든 문화를 누리면서 사람이 사람다워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범상치 않은 수상 소감은 한류와 K-POP의 최전선이자 그 대중예술의 힘을 전무후무한 형태로 전파 중인 BTS 스스로가 그 위치와 그들이 가진 힘을 인식한 듯한 뉘앙스라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RM은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저희만 있지만 지금 이 빈자리 곁에 아티스트들을 도와주시는 많은 스태프분, 무엇보다 이 문화를 사랑해주시고 소비해주시는 팬들과 소비자분들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단순히 "팬들"이 아닌 "문화 소비자"라는 표현이 귀에 들어왔다. 자신들의 음악과 그로 파생되는 콘텐츠를 즐기는 팬들에게 문화 콘텐츠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중예술, 대중문화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분명 감정보다는 이성이 수반된, BTS 개인만큼이나 대중문화 생산자로서의 시선이 포개진 소감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최근 화제가 된 방시혁 대표의 축사 역시 그러한 이성적 시선이 충분히 감지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자신이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나 스스로를 지금껏 지탱해 온 불만과 분노의 긍정적인 힘, 개인적인 행복의 정의를 역설하던 방 대표는 "저는 늘 분노하게 되고 이런 문제들과 싸워 왔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털어놨다. 그건 다름 아닌 국내 음악 산업 전반을 둘러싼 불합리와 불공정으로 가득 찬 관행과 관습과의 싸움이었다.
 
"작곡가로 시작해 음악 산업에 종사한 지 21년째인데, 음악이 좋아서 이 업에 뛰어든 동료와 후배들은 여전히 현실에 좌절하고 힘들어합니다. 음악 산업이 안고 있는 악습들, 불공정 거래 관행, 그리고 사회적 저평가. 그로 인해, 업계 종사자들은 어디 가서 음악 산업에 종사한다고 이야기하길 부끄러워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여전히 음악 회사를 일은 많이 시키면서 보상은 적게 주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비단 아티스트들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의 처우에 대한 호소에 그치지도 않았다. 방 대표는 K-POP 콘텐츠를 사랑하고 소비하는 팬들이 '빠순이'로 비하되는 경우라든지, 아티스트들에 쏟아지는 근거 없는 익명의 비난, 콘텐츠의 부당한 유통이나 (수익을 포함한) 저평가 모두에 분노하고 그를 위해 싸운다고 고백했다.
 
본인이 "혁명가"는 아니지만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이 구현되도록 싸운다"는 부연과 함께. 그래서 그가 꼽은 스스로의 행복 역시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개인적이고 산업적인 그의 행복이야말로 BTS의 향후 전망일 테니까.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특히 우리의 고객인 젊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킴으로써 음악 산업을 발전시키고 종사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것." 
  
그리고, 공교로웠던 방시혁의 행복론 
  
그리고, 방 대표가 축사에서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덧붙인 '행복론'은 분명 BTS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나 스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또한 새겨들을 만한 '큰 그림'을 품고 있었다. 개인의 행복에서 출발해 그것이 어떤 공공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의지 혹은 믿음 말이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여러분의 행복이 상식에 기반하길 바랍니다. 공공의 선에 해를 끼치고 본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욕망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 바깥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유지하고, 자신과 주변에 대해 애정과 관용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한 관심 속에서 여러분의 삶에 제기되는 문제들, 여러분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그것들을 해결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상식을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나 자신의 행복과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욕망을 등가로 치부하는 이들에 대한 일침이야말로 '셀럽' 혹은 스타들이 가지는 욕망과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동시에 시의적절한 성찰이라 할 만 했다. 
  
반면, 같은 날 '승리'의 소식 
    
▲ '빅뱅' 승리 광역수사대 자진출석 인기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가 27일 오후 자신이 사내이사였던 강남 클럽 '버닝썬', 마약, 해외 투자자 성접대 등 각종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자진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공교롭게도, BTS가 위와 같은 수상 소감을 남기고 방 대표가 후배들에게 축사를 전한 지난달 26일은 빅뱅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보도된 날이기도 했다. 결국 석 달 가량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지난달 27일 승리는 경찰에 출석, 8시간 넘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다시 한 번 공교롭게도, "본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욕망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는 방 대표의 충고는 21년 간 업계에 종사한 선배로서 후배 아티스트들이나 '셀럽'들에게 전하는 충언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러한 방 대표의 성찰은 현재 BTS의 성공은 물론 BTS가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되는 어떤 지점들을 설명하는 '열쇠말'이 아닐까. 때때로 그렇게 공교로운 일들이 진실을 품고 있기도 하는 법이니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