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적멸(寂滅)

완전한 적멸(寂滅)

칠십여 년을 꿈속에 지은 집에 노닐면서 

환영의 몸을 환영으로 가꾸느라 편치 못했네. 

오늘 아침에 환영의 몸을 벗고 완전히 고요한 곳으로 돌아가니 

옛 부처의 집 앞에 깨달은 마음 달이 밝게 빛나고 있구나. 

七十餘年游夢宅  幻身幻養未安寧 

칠십여년유몽택  환신환양미안녕 

今朝脫却歸圓寂  古佛堂前覺月明 

금조탈각귀원적  고불당전각월명 

-『임성(任性) 선사』- 

이 글은 임성 스님의 임종게(臨終偈)다. 흔히 열반송이라고도 한다. 이 임종게는 그가 

어떻게 살았으며 어떻게 수행하였는가에 대한 일면을 보여주는 글이 되기도 한다. 

임성 스님은 칠십여 년 간을 사셨는데 꿈속에서 놀듯이 꿈속에 지은 집에서 살았단다. 

꿈속의 일이니 환영(幻影)인 이 몸을 환영(幻影)으로 가꾸었다. 그러나 환영인 몸을 

환영으로 가꾸는 그 일이 많은 고생이었는지 편안하지가 않았단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환영의 몸을 다 벗어버리고 완전한 적멸의 경지로 돌아가게 되었다. 얼마나 홀가분할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일생 동안의 삶이 모두가 꿈이요, 환영이요, 허공에 핀 헛꽃이다. 

물거품이며, 허께비이며, 아침이슬이며, 저녁연기며, 그림자다. 그러니 무엇을 애써서 

붙잡으려 하고 집착하는가. 그토록 속을 태우며 가슴 조였던 일들이 지금은 다 무엇인가. 

오로지 텅~빈 마음 하나 있다. '텅~빈 마음 하나 있다’라는 말도 마지못해 방편(方便)으로

편의상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지  '텅~빈 마음 하나'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옛 부처의 집 앞에 깨달은 마음 달이 환하게 밝게 빛나고 있더라.”라고 표현하였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