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에게 ! 영원한 만남과 무시무종의 이별
친구야, 우리가 언제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그리고 다시 헤어져 어떻게
각자의 길을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네. 자네도 그러한가?
하기사 그런 기억들이 뭘 그리 중요한 일이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만났으되 진실로 만난 적도 없고
헤어졌으되 진실로 헤어진 적이 없을지도 모르지.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 많은 사물들, 많은 사건 사고들과 만났었고
헤어졌었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 사물들, 사건 사고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것들
과의 이별. 그런데 우리들은 진정 무엇과 만났었고 무엇과 헤어졌었던가?
우리들이 얻은 것은 무었이고 그리고 잃어버렸던 것은 무었이던가?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사물들,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만났었던 것 같지만,
그리고 그 사람들, 그 사물들, 그 사건 사고들과 헤어졌었던 것 같지만,
어떤 것은 얻었고 어떤 것은 잃어버린 것 같지만, 문득 정신 차려보면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우리들이엇을 뿐.
마치 손에 한웅큼 가득 움켜쥔 모래알이 스물스물 빠져나가고 텅 빈 손만 남듯이,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 많은 사물들, 많은 사건 사고들, 모든 것들은 빠져나가고
언제나 있었던 낯익은 그것만 덩그러니 늘 변함없이 바로 지금 여기 눈앞에 있을 뿐.
그 텅~빈 존재,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안개나 구름처럼
우리들은 만났다 헤어졌지만 어찌 일찍이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 그리고 어찌 우리가
다시 헤어진 적이 있던가.
그저 존재가, 삶이, 인생이, 세상이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흐르고 있을 뿐.
끊임없이 변하지만 영원하고, 영원하지만 끝없이 변하는 삶만이 흐르고 있을 뿐.
그러니 벗이여, 안녕! 우리의 영원한 만남과 무시무종의 이별을 위해 건배!
- 몽지와릴라 밴드에서 몽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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