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가도 본래의 그 자리요,
도착하고 도착해도 출발한 그 자리더라.
[行行本處 至至發處]
‘가도 가도’라는 그 간다는 행(行)은 사람이 걸어가는 뜻과 함께 불교에서 수행(修行)한다는 意味가
들어 있다. “수행하고 또 수행하더라도 수행하기 以前의 본래(本來)의 그곳이다.”라는 뜻이다. 본래
라는 말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이란 의미다. 修行이란 사람으로 태어나서 좀
더 다른 사람이 되어보려고 聖人들이 소개한 여러 가지 방편(方便)을 사용하여 이런 저런 몸짓과
마음 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 참선도 하고 염불도 하고 간경도 하고 주문도 외고 절도 하고 하는 등
등의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경지에 오르고 어떤 다른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는 일이다.
그러나 의전지시구시인(依前祗是久時人)이라는 선가(禪家)의 말과 같이 사람은 다만 예전 그때의 그
사람일 뿐이다. 만약 별다른 사람이 있고 별다른 법이 있다면 그것은 삿된 마군의 견해(若別有人有
法則 是邪魔外道見解)다. 그 어떤 수행을 하든 다만 本來의 그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또한 별다른
사람이 되지도 않는다. 애초부터 별다른 사람은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사람은 本來로 完全無缺한
存在이기 때문에 그렇다. 본래로 무시무종으로 완전무결한 존재 그것을 부처라 이름하든 하나
님이라 이름하든 중생이라 이름하든 아무 상관없다. 그러나 대개의 수행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사람
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서 소영웅심리에 사로잡힌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설사 어떤 피나는 수행을 해서 어디에 이르렀다 손치더라도 처음 수행하기 前의 그곳이다. 지지발처(
至至發處)다. 즉 사람으로서의 본래 그 자리다. 본래의 그 자리인 부처자리보다 높은 곳은 없기 때문이
다. 본래 하나님자리인 그 자리보다 높은 곳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처음부터 이렇게 위대하고 훌륭
한 존재다. 사람을 떠나서 다시 다른 경지를 기대하지 말라. 잘못하면 전도된 사람 미친 사람이 된다.
필자는 동진 출가하여 지금은 전설이 된 큰스님들을 많이 보아 왔다. 당대에 선지식 복은 내가 제일이
아닐까 싶다. 처음 범어사에서 60년대 초에 동산 스님, 지효 스님을 모시고 살았다. 그 후 해인사에
가서 지월 스님, 일타 스님을 모시고 살았다. 강원을 졸업하고 제방 선원으로 행각하면서 동화사에서
효봉 스님과 구산 스님을 함께 모시고 살았다. 그리고 경봉 스님, 향곡 스님, 춘성 스님, 전강 스님,
관응 스님, 운허 스님, 탄허 스님, 성철 스님, 지선 스님, 범룡 스님, 서옹 스님, 서암 스님, 월산
스님, 벽안 스님, 월하 스님 등 많은 스님 밑에서 한 철 또는 두세 철씩 모시고 살았다. 그야말로
지금은 전설이 되고도 남는 기라성 같은 큰스님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천만다행으로 그들은 모두 변함없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처음도 사람이고,
중간도 사람이고, 나중도 사람이었다. 결코 다른 存在가 아니었다. 그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으로
살다가 사람으로 가셨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가도 가도 본래의 그 자리요, 도착하고 도착해도
출발한 그 자리더라 (行行本處 至至發處).”
-무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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