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그저 이것뿐 (지저시, 只這是)

장백산-1 2019. 12. 15. 19:05

그저 이것뿐 (지저시, 只這是)  - - 몽지님


동산 양개 화상이 운암 스님을 하직하던 차에 운암 스님한테 물었다.

“스님께서 돌아가신 뒤에 어떤 사람이 스님의 참모습을 찾는다면 대꾸를 어떻게 할까요?”

운암 스님은 한참 말없이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저 이것뿐(지저시, 只這是)이라네.”


<동산 양개 화상 어록>


'그저 이것뿐'이다. '다만 이것뿐'이다. '오직 이것뿐'이다. '바로 이것뿐'이다. ‘이것’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이것’이라고 가리킬 '이것'이라는 대상은 없다. 하지만 분명하게 '오직 이것뿐'이다.


방편의 말인 ‘오직 이것뿐’에 또 다른 방편의 말들인 ‘눈앞의 현실’, ‘바로 지금 여기 이것’, ‘현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의 현전', ‘알아차림 그 자체’, ‘순수의식이자 존재, 존재이자 순수의식’ 

등등의 말과 개념을 붙여서는 안 된다. '그저 이것뿐'이란 말도 순전히 군더더기일 뿐이다.


'그저 이것뿐' 에서는 모든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인식 앎이 멈춘다. 왜냐하면 '그저 이것뿐'은

인간 의식의 작용인 모든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인식 앎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이것뿐'에 관해 조금이라도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인식 헤아려서 알려고 하는 순간 '그저 

이것뿐'은 '그저 이것뿐'이 아니다. 다만 이것뿐, 오직 이것뿐, 바로 이것뿐이 아닌 것이다. 조금만 

머뭇거려도 이미 어긋나 버렸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펼쳐져 있는 바로 '이것'일 뿐이다.


앎도 아니고 모름도 아니다. 나도 아니고 나 아닌 것도 아니다.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고 잃을 수 있는

것도 없다. 볼래야 볼 수가 없고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다. 한 걸음 다가갈 수도 없고 한 걸음 물러설 

수도 없다. 그저 이것뿐, 그저 이러할 뿐이다.


그저 이것뿐에 곧바로 통하면 스스로 분명하지만 그저 이것뿐에 곧바로 통하지 못하면 덧없는 허망한

생각 속에서 갈팡질팡 헤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