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즐거운 이유 - - 정목 스님
화장장에 가면 "화장 중"이라는 빨간 불이 켜지고 두 시간 정도 있으면 한 줌의 재가 나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그렇게 한 줌의 재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인생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출가한 이후 저는 참으로 많은 분들의 죽음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30대 중반이 다 지나가도록 저는
다른 사람의 죽음에 내 죽을을 대입시키지 못했습니다. 타인의 죽음은 타인의 죽음일 뿐 내 죽음이 아니
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죽는다는 것을 생각이나 머리로만 알았지요. 그저 출가 수행자이니까 떠나가시는 분이 편안
하게 가시도록 정성스럽게 염불해드려야 한다는 마음만 있었습니다. 시신을 태우는 동안 사람들은 커
피도 마시고 물도 마시고 술도 한 잔하고 담배도 피우고 어디론가 바삐 전화를 걸어 사업 이야기도 합
니다. 저녁에 만나서 뭘 먹을 것인지 의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족들은 유골을 넣을 어떤 유골함이
좋을지 신중하게 고르기도 하지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삶과 죽음이라는 대조되는 모습 말입니다. 화장터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풍경들이 예전엔 내 삶과 동떨
어진 것이라 여겨졌는데 그러나 언젠부턴가 화장장이나 매장하는 묘지가 낯설지 않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화장(火葬)이 끝나고 유골이 나오면 마치 내가 내 몸을 태운 것처럼 홀가분함을 느낍니다.
슬픔도 사라지고 안타가움도 사라지고 그것은 그냥 무(無), 공(空)입니다. 있다가 없어지는 무(無) 공
(空)에 대한 경험은 꼭 집어 말로 표현 할 길이 없습니다.
살아있을 때 보이던 사람이나 죽어서 보이던 시체가 보이지 않는 그 상태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
습니까? 연기로 변하여 사라지는 존재의 그 텅~빈 고요함, 육체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느낄 수 있는 분도 없진 않을 것입니다. 육체에 의지하고 있던 사람이라는 존재가 육체를 벗어나 얻게
되는 그 홀가분함을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육체는 그냥 껍데기일 뿐입니다
껍데기일 뿐인 육체는 걸어 다니는 조각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오온(五蘊 : 육체, 느낌, 생각, 욕망,
인식)의 덩어리며 온갖 분별 망상 번뇌의 본거지이던 육체라는 집 이 집이 부서지는 것을 그동안은
그리도 엄청나게 걱정하고 염려했건만 마침내 타버리고 부서져 한 줌의 재가 되는 순간 육체라는 집은
흔적도 없어지집니다. 건물이 있다가 부서지면 공간이 넓어지듯이 육체도 있다가 사라지면 텅~빈
허공(虛空)과 하나가 되어 무한대로 넓어집니다. 육체라는 경계(境界)가 사라지니 그토록 작던 육체에
갇혀있던 존재가 갑자기 측량하기 어려운 무한한 허공(虛空)으로 섞여들게 되지요
육체를 벗는 날이 오면 우리들 모두 웃으며 사라집시다. 허공(虛空)에 점 하나 남기지 말고 훨훨, 아주
자유롭게 이 풍진 세상을 떠납시다. 그렇게 하려면 매 순간 마음공부하는 정진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삶이 짐스럽고 고단하고 괴롭고 두려우면 죽음은 더욱 짐스럽고 고단하고 고통스럽고 두려울 것입니다.
삶이 즐거울 때 비로소 죽음도 즐겁습니다.
- 꽃도 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 - 정목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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