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마음 마을

장백산-1 2020. 3. 8. 11:58

마음 마을  / 천상병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九千洞)이라 부른다


내가 천씨요 구천(九千)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 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摩天樓)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太古時代)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음의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음의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 재판소밖에는 없다


 

여러가지로 표현하려면


만자(萬字)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