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법계의 자비로운 도움 - - 법상스님
<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출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세상에서 아주 잘나가는 것은 위기(危機)이고, 세상에서 잘나가지를 못해
기(氣)가 한풀 꺾이는 것은 환영할 만한 것이다. 그러니 큰 차원에서 보면 세상에서 잘나가거나 못
나가거나 어느 한쪽을 더 반기거나 어느 한쪽을 더 밀어내려 애쓸 것도 없다. 좋아하는 것을 붙잡아
집착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멀리해서 버리려 애쓸 것도 없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양변의 집착을 모두
여의고 분별없이 삶을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수행자의 걸림 없는 자유로운 길이다.
몸이 아픈 상황도 더 큰 차원의 질서에서 본다면 몸이 아픈 것도 나를 돕기 위한 우주법계(宇宙法界)의
자비로운 도움의 손길이다. 몸이 아픈 상황으로 인해 좌절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자비와 사랑이 바탕
된 우주법계의 도움으로 여기며 감사히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더라도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일들은 언제나 완전하고 완벽한 우주법계의 사랑이며 자비이며 배려다.
이 세상은 언제나 완벽하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본래 이미 완전하다. 우리 삶에서 어느 한 가지 사건도,
사고도, 상황도, 사람도 불완전하거나, 불필요하거나, 쓸모없이 일어나는 것은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정확한 우주적인 필요에 의해,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그때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내 몸에 왜 감기 몸살이 오게 되었는지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그 이유나 목적을
다 알 필요도 없다. 분명한 것은 나에게 온 감기 몸살은 나를 돕기 위한 우주적인 사랑으로 온 것이며,
바로 지금 여기 나에게 바로 감기 몸살이라는 그러한 상황이 전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을 애써
밀어내거나 붙잡아 집착함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로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나의 사명이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나의 몫임을 아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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