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길은 계속 연결되어 이어진다

장백산-1 2020. 6. 9. 19:36

길은 계속 연결되어 이어진다 - - 법상스님

<히말리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사실은, 매일 매일이 하나의 생(生)이고, 매 순간순간이 한 생(生)이고, 한 번 쉬는 호흡지간이 
한 생(生)이다. 한 사건도 한 생(生)이고,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의 인간관계도 한 생(生)이다.

성스러운 히말라야에서 걷고 걷고 또 걷고, 쉬고 쉬고 또 쉬면서 어쩌면 짧지만 하나의 진한 
생(生)을 유유자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걸음은 이어진다. 내 발걸음과 연결되는 길 
또한 더 이상 인간세계의 길이 아니다. 초원의 언덕 뒤로 번쩍하듯 하얀 눈이 덮인 설산이 우뚝
솟아올라 있고, 초원의 언덕 아래 세상 속에서 삶을 지어가고 있는 소박한 사람들의 소담한 집 
몇 채가 귓속말을 걸어와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네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집에서 뛰어나와 눈 깜짝 할 사이에 옆집으로 숨어버린다. 이 
모든 정겨운 풍경이 히말라야를 순례하는 순례자들을 멈춰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들게 만든다. 
그냥 그저 셔터를 누름과 동시에 작품이 탄생한다. 

길은 연결되어 계속 이어진다. 세상의 모든 길은 서로서로 이어지며 결코 끊어짐 없이 흐른다. 
마치 이 세상 모든 것들도 그렇게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나 하듯이, 하나의 
길이 모든 사람을 수용하는가 하면 또 때로는 무수히 많은 길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가야
할 길의 선택권을 열어주기도 한다. 길과 길의 중첩, 인드라망과도 같은 길과 길의 조화가 언덕 
아래 세상, 삶과도 흡사하게 펼쳐져 있다.

길 옆 바위나 초원 위에서 또 다른 길과 같은 사람이 앉아 길을 주시하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길은 사람을 걷게 하기도 하고 또 쉬게 하기도 한다. 때때로 그 길 위로 야크의 행렬이 이어진다. 
길이 끝나는 것 같아 보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마을이 나타나고 그 길의 끊어짐은 또 다른 삶
속에서 새로운 길로 확장되다가 다시 하나의 길로 합쳐지곤 한다.